전세계 원폭·방사능 피해자들 ‘한국의 히로시마’ 합천으로

3월말 핵안보정상회의 맞서
‘세계적 연대’ 비핵·평화대회
체르노빌·후쿠시마 등서 참여

오는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에 맞서는 ‘비핵·평화대회’가 정상회의 개막 3일 전 경남 합천군에서 열린다.

세계 50여개국 정상들은 3월26~27일 서울에 모여, 테러 집단에 맞서 핵물질과 핵시설을 지키는 방안을 논의하는 ‘2012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를 연다. 이에 맞서 한국 원폭2세 환우회 등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탈핵에너지 교수모임, 에너지정의행동 등은 3월23~24일 원자폭탄 피해자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살아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군에서 ‘2012 합천 비핵·평화대회’를 연다.

지난 19일 출범한 ‘2012 합천 비핵·평화대회 추진위원회’는 대회 주제를 ‘핵·방사능 피해 없는 평화로운 세상 만들기’로 정하고, 원폭 피해자들로 합창단을 꾸리는 등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이 대회를 통해 핵 없는 세상에 대한 전세계의 공감대를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비핵·평화대회에선 원자폭탄·방사능 피해자와 그 후손들의 힘겨운 삶을 알리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세계 피해자들의 증언대회가 열린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터진 원자폭탄의 한국·일본·대만 피폭자 △미국이 여러 차례 원자폭탄 실험을 했던 남태평양 마셜 제도 비키니섬의 주민 △1986년 폭발사고를 일으킨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지역 주민 △지난해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지역 주민 △선천성 후유증을 앓는 원자폭탄 피폭자의 후손 등이 참가한다.

후쿠시마 출신의 다카하시 데쓰야 일본 도쿄대 대학원 교수의 강연, 서경식(도쿄경제대)·한홍구(성공회대)·주영수(한림대) 교수와 홍성담 화백의 토크쇼도 예정돼 있다. ‘통일의 꽃’ 임수경씨의 사회로 합천군민체육관에서 열리는 평화콘서트에는 안치환·백청강씨 등이 출연한다.

피폭자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상영, 사진 전시회, 설치미술전 등 다양한 볼거리도 마련된다. 행사를 끝내며 참가자들은 ‘합천 비핵·평화 선언문’을 채택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초·중학생들을 위해 3월22~25일 합천삼산골자연학교에서 청소년 평화캠프를 연다. 희망자는 합천평화의 집 서울사무국(02-744-8007)에 신청하면 된다.

석혜진 추진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진 8월6일에 맞춰 내년부터 해마다 합천에서 ‘비핵·평화 축제’를 열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합천은 전세계에 평화의 열망을 알리는 ‘평화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천/최상원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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