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보다 실생활 중심…중지대상 451가구 구제
광주 광산구에 사는 이선경(14·수완동)양은 하마터면 생계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뻔했다. 지난달 복지 대상자 조사에서 부양의무자인 아버지의 소득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양은 깜짝 놀라 조사반한테 하소연을 했다. 태어나자마자 할머니한테 맡겨져 지금껏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다고.
딱한 사정을 들은 조사반은 통화자 조회, 입출금 내역, 이웃의 증언 등을 토대로 가족관계가 단절됐다는 판정을 했다. 겨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을 유지한 것이다.
청소일로 한 달 평균 60만원을 버는 김순녀(44·월계동)씨도 위기를 맞았다. 김씨는 조사 때 15년 전 이혼한 전 남편의 소득이 자료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생계비로 다달이 39만여원을 지원받던 김씨는 하늘이 아득해졌다. 조사반에 예금통장을 보여준다, 통화기록을 떼어준다 허둥댄 끝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광주시 광산구는 지난달 초 보건복지부에서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확인된 복지 대상자 3291명의 명단을 넘겨받았다. 광산구는 지난달 4~15일 12일 동안 전화·방문 조사를 벌였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가구가 가족관계 단절과 부양의무 거부 등 사정으로 생계가 막막한데도 지원이 끊길 위기에 내몰린 상황을 확인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광산구는 공적 자료뿐 아니라 실제 생활을 중시하는 태도로 확인조사를 시행했다. 재산과 소득의 수치에 숨어 있는 가족의 실제 생활과 마을 이웃의 증언에 무게를 뒀다. 이런 결과로 애초 생계비 지원 중지 대상으로 통보된 562가구 중 80.2%인 451가구가 구제됐다. 이들은 구 생활보장심의위의 최종 심사를 남겨뒀지만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순 구 복지정책과 통합관리팀장은 “예산이 엉뚱하게 쓰이지 않도록 한해 두차례 부양의무자의 존재와 능력을 조사하고 있다”며 “현실에 맞지 않는 부양의무자의 기준을 고치고, 소득이 약간 생기면 생계비를 깎아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조처가 없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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