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허물기’ 15년 이어 새달 추진협서 운동 본격화
조경시설·소음차단시설 대신 세울 경우 예산 지원
조경시설·소음차단시설 대신 세울 경우 예산 지원
15년 동안 담장 허물기 운동을 펼쳐 큰 성과를 거둔 대구시가 올해부터 ‘담장 안 하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1일 “담장 허물기에서 한발 나아가 집이나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때 아예 담장을 만들지 않는 담장 안 하기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다음달께 건축협회와 관련 조합, 한국토지주택공사, 대구도시공사, 주택회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석동 시 자치행정계장은 “추진협의회에서 신축 아파트나 주택이 담장을 만들지 않으면 등록세와 취득세 등 지방세를 깎아 주는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신축 건물의 담장이 들어설 자리에 조경시설이나 소음 차단시설을 세우면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시는 올해에도 예산 8억4000만원을 들여 담장 허물기 사업은 계속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담장을 허물고 나무를 심으면 개인주택은 400만원, 아파트는 1500만원을 지원한다.
1996년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된 담장 허물기 운동은 대구의 대표적인 브랜드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대도시들, 경기도 하남시와 부천시, 경남 창원시 등 전국 대부분의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와 시민단체에서 이 운동을 벤치마킹해 갔다. 2002년에는 법문사가 발행한 고교 교과서 ‘인간사회와 환경’ 난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수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대구를 찾아와 논문 소재로 삼기도 했다.
시는 담장 허물기 운동을 펼쳐온 15년 동안 공공기관과 아파트, 주택 등 모두 663곳의 담장 26.6㎞를 뜯어낸 자리에 35만㎡의 공원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도심의 여름 기온을 낮췄으며, 나무가 많아지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등 연간 13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고 자체 분석했다. 이런 경제적인 가치 외에 담장이 사라지면서 이웃 사이의 벽도 함께 허물어져 소통이 원활해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담장 허물기 시민운동 조경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김용수 교수는 “도심에서 담장을 허물어 바람길을 열게 되면 씨앗 등 개체 이동이 쉬워져 도시 안에서 다양한 동식물군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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