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회, 대형마트 휴업일 강제 지정

전국 처음 둘째·넷째 일요일 ‘의무휴업’…이르면 이달 시행
업체쪽 ‘자율’ 요구…시의회 “타협 불가, 영업시간도 줄일 것”

전주시의회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할인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의 휴업일을 강제로 지정하는 조례를 의결한다. 이는 지난달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된 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전주시의회는 7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대형할인점과 기업형슈퍼마켓이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 휴업하도록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전주시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 및 조정 조례 개정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은 조례로 △대형할인점과 기업형슈퍼마켓의 영업시간 제한(0시~오전 8시)과 매월 1~2일의 의무휴업일 지정이 가능하게 하고 △규제사항을 위반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개정 유통산업발전법 조항에 따른 것이다. 이 조례가 의결되면 의장은 5일 안에 이를 전주시에 통보하고, 전주시장은 20일 안에 공포해야 한다. 따라서 이 조례는 이달 말께 전주지역 대형할인점 8곳과 기업형슈퍼마켓 18곳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형할인점에 적용되려면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먼저 개정되어야 한다. 중순에 개정될 예정인 시행령 개정안은 적용범위를 기업형슈퍼마켓에서 대형할인점까지 포함하고 있다.

전주시의회가 휴업일을 일요일로 잡은 이유는 대형할인점 매출액 중에서 토·일요일 영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동네상권에 실질적인 보탬을 주려는 조처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형할인점들은 휴업일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전주시의회에 요구한 상태다. 대형할인점들은 과태료 수천만원보다 영업이익이 더 많기 때문에 조례가 개정되어도 휴업일에도 영업을 계속할 태세이다.

2010년 말 넉달 동안 동네상권 보호를 위해 천막농성을 벌였던 조지훈 전주시의회 의장은 “휴업일을 이틀에서 하루로 줄이고 평일로 대체해 달라는 대형할인점 쪽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형할인점의 휴업일 지정을 관철시키고, 앞으로는 영업시간 단축과 취급품목 제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도 6일 “대형할인점에 다달이 두차례 휴업일을 지정하는 조례 개정안을 환영한다”며 “근로 건강권 보호와 지역경제 상생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처”라고 논평했다

김인호 전북도 민생경제과장은 “중순께 지식경제부에서 법률 개정에 따른 지침을 내려줄 예정이나, 그동안 투쟁을 주도해 온 전주시의회가 의원발의로 미리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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