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건설반대위 폭로
‘세대주뿐만 아니라 18살 이상 세대원 전원이 서명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결과는 9일까지 면사무소로 알려주세요. 바쁘신데 부탁드려 죄송합니다. 사안이 급박한지라 이해 바랍니다.’
경북 영양군 이장 이아무개씨가 지난 6일 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다. 영양댐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영양군이 공무원을 동원해 주민들을 상대로 찬성 서명을 강제로 받아낸 사실이 드러났다.
군은 13일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닷새 동안 댐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 1만4300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18살 이상 주민 1만6128명 가운데 1만4300명이 찬성해 83.2%의 찬성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군은 이 서명지를 국토해양부에 보내 예산 확보와 함께 댐 건설을 빨리 추진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영양댐 건설추진 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이승우)는 “공무원이 나서서 강제로 주민들한테 서명을 받아냈다”고 폭로했다. 반대대책위는 “영양군이 계장급 이상 간부들은 50명, 직원들은 30명씩 서명용지를 할당한 뒤 면사무소를 통해 이장들을 동원해 강제로 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영양군 공무원은 400명, 이장은 110명을 웃돈다.
반대대책위 이상철(61·농업) 사무국장은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운 채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영우 군 지역개발과장은 “서명을 강제적으로 받지는 않았으며, 실제로 찬성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군 공무원들은 “국책사업이 추진되도록 공무원이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서명작업에 개입했음을 내비쳤다. 공무원 김아무개씨는 “80%는 자발적이었고, 20%쯤은 강제성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군은 2008년에 수비면 송하리 반변천 지류인 장파천에 높이 76m, 길이 480m, 총저수량 5100만t 규모의 영양댐을 건설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예산은 3139억원으로 잡고 있다.
정부가 댐 건설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수자원공사가 나서서 자체 예산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타당성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12월 이 조사와 함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면 군은 내년 초 기본계획을 세운 뒤 터를 사들이고 8월 공사를 시작해 2018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마련해놨다.
군은 가뭄과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대책위는 “댐이 생기면 안개로 농사를 망치고 주민 건강을 위협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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