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저축은행 유동천(72·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으로 대기발령을 받은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27일 “반드시 진실을 밝혀 당당하게 다시 서겠다”고 수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전 청장은 이날 오후 이임식에 앞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음을 떳떳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이 전 청장은 자신이 받고 있는 “모든 혐의는 모두 실체적 진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 회장이 지난해 여름 송파경찰서에 민원이 있어 전화로 처음 사건 청탁을 했다고 하는데, 유 회장과 그런 정도의 부탁을 할 관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 회장이 ‘저축은행 수사로 1년 넘게 괴롭히고 있으니 빨리 끝내게 해달라’는 취지로 청탁했고, 그래서 제가 ‘요즘 직원들은 말을 안 들으니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조언했다는데, 터무니없다”고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또한, 이 전 청장은 충북경찰청장 재임시절인 2010년 3월19일 유 회장 쪽 금융브로커 박아무개(구속 기소)씨로부터 전 태백시장 수사 무마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부시장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박씨가 “직원들과 식사나 하라”며 500만원이 든 봉투 2개를 놓고 가 돌려주려 했지만 뿌리치고 나가 나중에 부속실 직원을 통해 우체국 송금으로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 전 청장은 “우체국 송금기록은 검찰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전 청장은 “박씨한테서 수사 무마와 관련해 청탁을 받은 적이 없고, 만난 시점도 태백시장 관련 수사 시작 전이었다”며 “경찰이 지난해 4월까지 1년 넘게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당시 태백시장에 대해 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영월지청에서 모두 기각됐다”고 말했다.
이 전 청장은 또 “지난해 1월 박씨가 자신의 형수 관련 사건으로 서울 모 호텔에서 청탁과 함께 1천만원을 저에게 줬다고 했다는데, 왜 없는 일을 꾸며 말하는 지 모르겠다”면서 잠시 억울함이 복받친 듯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 전 청장은 이날 경기지방경찰청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여러 가지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혀 개인과 조직의 명예를 회복하고 여러분 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설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일저축은행 유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청장을 2006년 처음 알게 됐고 ‘고향 후배 관리 차원에서 300만~1천만원씩 여러 차례 돈을 건넸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유 회장은 2006년 300만원·500만원·500만원에 이어 2008년 1000만원, 2009년 1000만원, 2010년 500만원, 2011년 500만원을 이 청장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2010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 회장 자신의 사무실에서 돈을 건넸고, 2009년 이 전 청장의 큰딸 결혼식 축의금 1000만원을 합치면 모두 53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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