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 평택지방해양항만청 앞에서 인근 에스아르 아파트 주민들이 평택·당진항 서부두에서 날아오는 먼지와 악취 원인 규명 및 대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시멘트공장 들어선뒤 피부병·감기 등 앓아
3개월째 대책촉구 시위
3개월째 대책촉구 시위
“우리도 제대로된 주민으로 대우해달라.”
12일 평택·당진항과 서해대교가 보이는 경기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 에스알(SR)아파트에서 만난 주부 오미숙(47)씨는 “4살과 8살짜리 아이가 둘 있는데 분진으로 피부병이 심해 약을 달고 산다. 악취도 심해 주민들이 못살겠다고 한다. 경기도와 항만청, 지자체는 뭐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과 감기 등의 고통을 주민들이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2년전부터다. 평택·당진항 서부두에 사료 하역장과 고로슬래그 시멘트 생산공장이 들어선 뒤 아파트 창문을 열기 힘들고 바깥 출입도 피한다고 했다. 하루 7만여대의 차가 지나는 서해대교와 서부두에서 반경 2∼4㎞ 이내에는 에스알아파트 474세대 2000여명을 비롯해 만도아파트, 명지1·2차 아파트, 삼부 1·2차 아파트 등 2만여명의 주민이 산다. 이들은 직·간접적 고통을 호소한다.
주민들은 원인으로 서부두에 들어선 고로슬래그 시멘트 제조공장과 깻묵가루 등 부사료 하역장을 지목한다. 고로슬래그는 당진 현대제철소에서 철을 제조할 때 발생하는 찌꺼기로, 이를 가져다 재가공해 분말로 만들거나 석고를 섞어 고로슬래그 시멘트를 만든다. 신동준(61) 평택항환경개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배로 현대제철에서 옮겨온 찌꺼기를 크레인으로 떠 육상으로 옮기는데 지꺼기가 서풍에 떠밀려 육지의 아파트로 날라오면 주민들이 그대로 들이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문제의 공장들이 시멘트를 생산하면서도 제조업이 아닌 재생업으로 둔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신 위원장은 “제조업으로 공장허가 등록을 받으려면 주민공청회 등의 환경영향평가는 물론 까다로운 환경오염방지시설도 갖춰야하지만 재생업이 되면서 모든 절차가 생략된채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부두에 고로슬래그 시멘트 공장은 4곳으로 평택지역항만청은 “연간 60만t의 고로슬래그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가 이어지자 주민들은 지난 겨울 내내 평택지방해양항만청 앞에서 3개월째 공장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새마을지도자 김준희(57·여)씨는 “서부두는 항만청 소관이다. 이사가고 싶어도 집값이 떨어져 못가는 상황이지만 관할 항만청은 배째라하는 식으로 주민 고통을 무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항만청 관계자는 “공장 허가는 관할 지자체인 충남 당진시 소관 업무이며 우리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또 “분진 문제가 있다면 지자체가 조사하고 위법 사항이 있어 통보해주면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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