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현장검증에 나선 경찰이 지난 5일 수원시 팔달구 피의자 우아무개씨 집 근처에서 우씨가 지난 1일 밤 피해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납치하는 장면을 재연하도록 하고 있다. 수원중부경찰서 제공
경찰, 통화녹음파일에 담긴 음성 공개 안해…조현오 청장 사퇴
경기도 수원에서 납치·살해된 20대 여성이 경찰에 신고한 112 통화내용 녹음파일에, 여성을 겁박하는 피의자의 음성이 생생히 담겨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경찰은 언론에 공개한 ‘112 신고전화 녹취록’에 이를 담지 않아,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왜곡하려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피해자의 신고 4시간이 지나서야 현장 주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의 영상을 확보하고 판독 작업에도 늑장을 부린 사실이 확인됐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9일 ‘경찰의 부실대응과 축소·은폐 등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도 뒤이어 사의를 표명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피해 여성 ㄱ(28)씨가 지난 1일 밤 10시50분께 경찰에 신고한 휴대전화가 7분36초 동안 경찰 112신고센터와 연결된 사이, 피의자 우아무개(42·중국 출신 동포)씨가 “넌 못 믿겠어!”라며 ㄱ씨를 을러대는 목소리가 전화에서 흘러나왔다. 112 녹음파일을 확인한 경찰 관계자는 “방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 뒤 ‘잘못했어요’라는 여성의 말이 이어지다 우씨로 보이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피의자 목소리가 녹취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9일에도 “녹취 내용을 수차례 들었지만 남자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경찰청은 이날 수원시 팔달구 피의자 집 주변 거리 폐쇄회로텔레비전의 영상을 판독한 결과, 우씨가 집 앞 전봇대 뒤에 숨어 있다 ㄱ씨를 밀쳐 넘어뜨린 뒤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경찰청장은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112신고센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과 허술한 대처, 부실 수색, 사건 축소 및 거짓 해명 등 심각한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조 청장의 사의를 곧바로 수용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유선희 안창현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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