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도 안채우고 ‘자치구 통합’ 의결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위원인 안성호 대전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가 일방적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에 반발해 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안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추천을 받아 1년여 동안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국내외 각종 자료를 나눠주고 비전문가인 위원들을 설득했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보니 전문가 의견이 전혀 씨가 먹히지 않더라”면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될 일이 아니며,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위원직 사퇴 의사를 분명히했다.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위원장 강현욱)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어 그동안 분과별로 논의해온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을 의결했다. 인구와 면적이 기준에 미달하는 서울과 광역시의 자치구 10곳을 묶고, 경북 안동과 예천, 전남 여수·순천·광양, 충남 홍성·예산 등 7곳을 3개 자치단체로 묶는 방안이다. 서울과 광역시 6곳의 구의회·군의회 74곳(전국 기초의회의 32%)을 폐지하고, 광역시의 구청장은 선거로 뽑지 않고 광역단체장이 임명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서울·광역시의 과소 자치구 10곳의 통합 안건은 정원 27명 중 22명만이 참석해 그 과반에도 모자라는 8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고, 나머지 2개 안도 각각 13명, 11명이 찬성해 겨우 절반을 넘기는 등 충분한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안 교수는 위원회의 이런 의결을 두고 “위기를 초래할 결정”이라며 “본회의에서 2번 정도밖에 얘기를 못했으며, 해당 분과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제대로 내용을 알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를 수십년 연구한 사람과 전문가들이 얘기하면 경청해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아주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용역을 맡겨놓고는 또 그 사람들끼리 얘기해서 안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장기적인 지방자치 발전을 염두에 둔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에 지방자치하는 나라치고 이런 나라가 없다. 반지성적인 지방자치 파괴 행위”라며 “정치인들의 생각은 간단하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잠재적 정치 라이벌들을 없애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결정된 것을 보고 위원회가 드디어 바닥을 드러내는구나 생각했다”고 성토했다.
안 교수가 회장인 한국지방자치학회는 오는 5월9일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정책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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