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생 자살…“열정 사라져” 유서
대전 카이스트(KAIST)에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 쪽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뒷북 행정을 거듭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7일 카이스트와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5시40분께 이 대학 전산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아무개(23)씨가 기숙사 잔디밭에 떨어져 있는 것을 지나가던 학생이 발견한 뒤 119에 신고했지만 숨졌다. 카이스트 안전팀은 “새벽 4시35분께 김씨가 혼자 14층에서 잠시 배회하다 15층 쪽으로 가는 장면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중인 대전 둔산경찰서는 “김씨가 지낸 기숙사 4층 방에서 열정이 사라졌다거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적은 메모지와 부모님과 동생에게 죄송하고 사랑한다는 내용이 담긴 종이 등 2장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김씨의 주변을 추가로 조사중이다.
호남지역의 과학고를 졸업한 뒤 2007년 카이스트에 입학한 김씨는 군복무 뒤 지난 2월 복학했다. 군복무 전에는 정보기술(IT) 분야 동아리에서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씨의 2년 후배인 한 학생은 이날 “군대에 가기 전에는 유쾌한 형이었다”며 “정확한 원인을 몰라 주변 사람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가 회장을 맡았던 동아리의 현 회장 또한 “제대 후에 동아리와 교류가 있었는데 당황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김씨의 지도교수는 “상담을 하러 나에게 자주 오는 학생이 아니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현재로선 설명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달 초 카이스트 상담센터는 사고 예방과 원활한 학업을 위해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무기명 심리검사를 벌였지만 김씨가 이 검사를 받았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학교 쪽은 이날 오전 서남표 총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연 뒤 교학부총장, 학부·대학원 총학생회장 등 8명으로 비상대책팀을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 총장은 “학교 책임자로서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가족에게 죄송스럽고 비통한 마음”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다각도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카이스트에서는 지난해 1~4월 재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그 원인으로 차등등록금제와 지나친 영어수업 확대 등이 지목되자 혁신비상위원회를 꾸려 제도 개선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사건 뒤 학교 온라인 게시판에는 학교 쪽의 미흡한 대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진정한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글이 잇따랐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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