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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어르신들 십시일반에 북카페가 ‘뚝딱’

등록 2012-04-22 19:40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기금과 재능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지난 20일 개장한 광주광역시 광산구노인복지관 안 ‘더불어 락(樂) 북카페’에서 어르신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작가 최성욱씨 제공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기금과 재능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지난 20일 개장한 광주광역시 광산구노인복지관 안 ‘더불어 락(樂) 북카페’에서 어르신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작가 최성욱씨 제공
광주 노인복지관 회원들, 모금으로 ‘더불어락’ 열어
재능·가구·책 등 잇단 기부로 부족분도 거뜬히 해결
노인복지관은 늘 열기가 넘쳤다. 한평생 자신을 돌볼 틈조차 없이 달려왔던 어르신들은 시간이 나자 댄스를 배우고 풍물을 치는 데 열광했다. 건물 안은 초등학교 교실처럼 언제나 시끌벅적했다. 사소한 부딪힘으로 심심찮게 드잡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정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어르신들은 시청과 구청을 바라봤다. 6년 지난 건물의 휴게실을 북카페로 만들면 좋겠는데 도와주었으면 하는 눈길을 보냈다. 반응이 신통치 않자 1억4000만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어떻게 벌여야 할지 막막해졌다. 누군가 ‘십시일반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6월 추진위를 꾸려 일일호프를 열었다. 어르신 400여명이 자발적으로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30만원까지 기부해 4900만원을 모았다.

여전히 부족했다. 이번에는 건축·설비·전기 공사 경험이 있는 이들의 ‘재능 기부’가 이어졌다. 산뜻한 조명을 달고 우아한 테라스도 만들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밖에서도 도움이 잇따랐다. 라인퍼니처는 성탄 전야에 책상과 의자를 들고 나타나 30여석의 열람석을 조립했다. <시사인> ‘기적의 책꽂이’와 세종문고, 문학나눔과 푸르덴셜생명보험이 장서 5500여권을 모아 보내줬다. 살레시오초등학교 학생들은 창문을 가릴 커튼을 보내왔다.

이렇게 10달 만에 광주 광산구 운남동 광산노인복지관에 125㎡(38평) ‘더불어 락(樂) 북카페’가 탄생했다. 지난 20일 주민 1000여명을 초대해 개관잔치를 열었다. 추진위원장 임인택(71)씨는 “노인들이 지역을 위해 펼친 전국 최초의 사회문화운동”이라며 즐거워했다. 건축업체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수 없이 공사를 감독한 양매선(66·여)씨는 “각종 기술과 경험을 가진 회원들이 재능을 기부해줘 마무리를 잘했다”며 흐뭇해했다. 자서전 쓰기 교실, 어린이 인문학당, 락(樂)콘서트 마당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도서관 사서와 카페 바리스타 등 인력도 자원봉사를 받기로 했다.

십시일반의 지혜를 터득한 어르신 20여명은 인근 시장에 협동조합형 사회적기업인 ‘밥상마실’(팥죽 가게)과 ‘두부마을’을 열었다. 50만~100만원씩 출자해 공동으로 꾸려가고 있다.

15년 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으로 학생운동 맨 앞에 섰던 강위원 광산노인복지관장은 “이 카페는 어르신들이 손수 기금을 마련하고 설계·시공·건축한 유례없는 공공작품”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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