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벽 4시4분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2호기 보일러실의 비계(공사용 임시구조물)가 무너지는 바람에 작업중이던 인부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비계 틈에서 인부를 구조하고 있다. 서산소방서 제공
보령 붕괴사고뒤 비계점검서 파이프 훼손 발견
발전소, 공사지연 이유 시정요구 무시한채 방치
발전소, 공사지연 이유 시정요구 무시한채 방치
25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2호기에서 비계(공사용 임시구조물)가 무너져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사고가 난 비계는 지난달 27일 2명이 숨진 보령화력 사고 때와 같은 회사 제품이며, 고용노동부가 최근 비계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면서 일부 안전상의 문제점을 발견했지만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소방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새벽 4시4분께 태안화력발전소 2호기 보일러실에서 보일러 튜브 코팅을 위한 전처리 작업 도중 하중을 견디지 못한 비계(너비 30m, 높이 20m)가 갑자기 무너져내렸다. 이 사고로 15m 높이에서 작업하던 ㅇ기술 소속 김아무개(48·경남 거제)씨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 치료중 숨졌다. 최아무개(40·경남 거제)씨 등 3명은 중경상을 당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안화력 2호기는 지난달 28일부터 발전을 멈추고 다음달 8일까지 시설 보수를 하는 계획예방정비(오버홀)를 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지난달 보령화력 사고 뒤 이달 9일 태안화력에 대해 안전점검을 위한 현장실사를 벌였다. 당시 비계를 연결하는 일부 파이프들이 변형돼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는 “비계를 수직으로 지지하는 파이프 수가 설계보다 적게 시공된 부분은 보완됐지만 원형이 아니라 눌려 찌그러져 있는 연결지점(홀)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했는데, 발전소 쪽에서는 비계 전체를 뜯고 다시 세우려면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전력수급에 차질이 있다고 했다”며 “이후 발전소 쪽에서 작업 인력을 3분의 1로 줄여 비계의 하중을 더는 작업계획서를 제시해 승인해줬다”고 말했다. 비계를 구성하는 원형 파이프가 찌그러지면 설계하중보다 적은 무게에도 휘어져 비계 전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붕괴 사고가 난 비계는 지난달 27일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보령화력 사고와 동일한 아일랜드산 알루미늄합금강 제품이다. 태안·보령화력은 1990년대 초 발전소 건설 당시 쓰였던 비계를 이후 보수작업 때마다 노후 부품을 교체하면서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발전소와 공사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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