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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준설토탓 양어장 못쓸판인데…
여주군은 피해보상 나몰라라

등록 2012-05-01 23:26수정 2012-05-02 17:15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에서 퍼올린 준설토 때문에 넓은 들판에 있던 양어장이 모래산 속에 갇혔다. 미꾸라지 양식을 위해 수억원을 들여 양어장을 산 주인은 “모래산 때문에 양식은 물론 땅을 다른 용도로도 쓰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에서 퍼올린 준설토 때문에 넓은 들판에 있던 양어장이 모래산 속에 갇혔다. 미꾸라지 양식을 위해 수억원을 들여 양어장을 산 주인은 “모래산 때문에 양식은 물론 땅을 다른 용도로도 쓰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4대강사업으로 퍼낸 모래
병풍처럼 쌓아 폐장 위기
“운영실적 없다” 보상 거부
“푸른 들녘에 있던 양어장이 하루아침에 모래로 쌓은 산속으로 옮겨진 듯했습니다.”

2008년 11월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장안리 너른 논밭 한가운데 있는 5600㎡ 규모의 양어장을 매입한 조아무개(55·여)씨는 최근 미꾸라지 양식을 위해 이곳에 들렀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넓은 들판에 거대한 ‘모래산’이 생긴 것도 모자라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던 양어장마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양어장을 찾아 모래산을 헤집고 들어선 조씨는 다시 한번 눈을 비벼야 했다. 6억5000만원을 주고 사들인 5필지의 양어장이 거대한 흙더미 속에 파묻혀 있었고, 맑은 물이 고여 있던 웅덩이는 공사장 흙탕물처럼 변해 있었다.

조씨는 “양어장을 사놓고 잠시 미국에 머물렀는데, 4대강 사업으로 퍼올린 준설토를 양어장 주변 논밭에 쌓아올려놓았다”며 “아무리 국가사업이라지만 개인 땅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황당해했다. 특히 조씨는 “양어장을 하기 위해 2009년부터 7500만원을 들여 지붕을 얹고 배수시설 등을 갖추고 세금까지 꼬박꼬박 냈는데 여주군은 ‘양어장 운영실적이 없다’며 보상조차 해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남한강에 강천보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퍼올린 준설토 136만㎥가 주변에 쌓인 조씨의 양어장은 현재 바람에 날려온 모래 등으로 양식이 불가능한 상태다. 또한, 양어장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친 높이 10여m의 준설토 때문에 양어장 안에서는 하늘만 간신히 보여 이 땅은 아무 용도로도 쓰지 못하게 됐다.

조씨는 “여주군을 찾아가 수차례 보상을 요구했으나, 군은 ‘준설토를 쌓아 놓는 동안 양어장 운영실적 등이 없어 보상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개인 재산을 못쓰게 만들어 놓았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여주군은 “2010년 초부터 1년여 동안 공사를 진행했는데 조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조씨 양어장만 빼고 준설토를 쌓게 됐다”며 “조씨의 사정은 알고 있으나 피해 입증이 불가능해 보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여주군에는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에서 퍼올린 준설토 적치장 18곳에 3200만㎥의 모래가 쌓여 있다.

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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