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풍림아파트 마당
쓰지 않는 물건 내놓는
이색 선반 2개 놓였다
필요하면 가져가세요
“생명을 얻어가는 공간”
쓰지 않는 물건 내놓는
이색 선반 2개 놓였다
필요하면 가져가세요
“생명을 얻어가는 공간”
“쓸 수 있는 물건, 하지만 쓰이지 않고 집 어딘가에 있는 물건, 그런 물건을 함께 나눠요.”
3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호수마을 풍림아파트 123동 1층 폐가구 하치장에서 이색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커뮤니케이션 아티스트이며 경기창작센터 입주 작가인 손민아(39)씨가 진행한 ‘이웃과 함께 나누어 쓰기-선반 프로젝트’다.
폐가구 하치장에는 5단 높이의 선반 2개가 설치됐다. 선반에는 주민들이 가져온 털모자, 액자, 앨범, 어린이책, 어린이옷, 넥타이 등이 놓였다. 주민들이 더는 쓰지 않는 자신의 물건을 내온 것이다. 이곳 주민이면 누구나 이곳 선반에서 필요한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오전 9시30분께 이곳에 들른 주부 이아무개(38)씨는 선반을 둘러보다 “그림 예쁜데 집 거실에 걸어놓아도 될 것 같아요”라며 그림 액자를 가져갔다. 그림은 아파트 주민이 “이벤트에서 당첨돼 받는 그림인데 이젠 더 필요없다”며 선반에 두고 간 것이었다.
38개동 2001가구 주민이 사는 풍림아파트에서의 작은 실험은 단조로운 아파트 일상에 작은 변화의 바람을 가져왔다. 주민들은 신기한 듯 물건들을 둘러보고 “가져도 되나요”라며 손 작가에게 연신 묻는다.
선반 프로젝트는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아나바다 운동이나, 불필요한 물품을 싼값에 사고 파는 ‘녹색가게’, 벼룩시장과도 다르다. 손 작가는 “이런 운동은 물건을 자원으로 보고 싼값이지만 돈이 들어가는 반면, 선반 프로젝트는 오직 ‘생명’만이 개입한다”고 말했다. 곧 사라질 가구들이 모이는 폐가구 하치장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얻어가는 공간으로 바뀌고, 누군가에게는 ‘죽은’ 물건이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생명’이라는 시간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선반 프로젝트는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소통이 끊긴 과잉 소비시대에 익숙한 주민들에게 자발적인 ‘생명의 나눔 행위’가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로 이어질 수 있을까? 독일과 국내를 오가며 선반 프로젝트 등 공공예술을 펼치고 있는 손 작가는 “참여와 결정의 주체는 주민들이고 이번 행사는 주민들에게 체험의 계기를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손민아 작가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 경기동부연합 ‘숨은 실세’ 이석기는 누구?
■ 정규직 ‘희망고문’에 성희롱도 참아야만 했다
■ 왁스칠에…디도스특검 ‘두번째 수모’
■ ‘1000만원 든 지갑’ 주인 찾아준 집배원
■ 여당 대선주자-박근혜 측근 설전 격화… ‘감정싸움’ 양상
■ 경기동부연합 ‘숨은 실세’ 이석기는 누구?
■ 정규직 ‘희망고문’에 성희롱도 참아야만 했다
■ 왁스칠에…디도스특검 ‘두번째 수모’
■ ‘1000만원 든 지갑’ 주인 찾아준 집배원
■ 여당 대선주자-박근혜 측근 설전 격화… ‘감정싸움’ 양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