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이름·내용 적어 일선학교에 공문 보내
전교조 “여론재판 하려는 의도 엿보여” 지적
전교조 “여론재판 하려는 의도 엿보여” 지적
‘포항 ㄱ초등, 김동수(가명·6년), 2011년 3월, 집단 따돌림 및 폭행, 교내 봉사 10시간, 출석 정지 2일 ….’
경북도교육청이 학교폭력 가해학생 360여명의 명단을 공개하자 일선학교 교사들로부터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도교육청은 지난 1일 경북 지역 초·중·고교 960여곳에 ‘학교폭력 학생 특별교육 이수현황’이란 공문을 보내면서 첨부서류로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학교폭력을 행사한 초·중·고교 가해학생 366명의 명단을 붙여 놨다. 이 명단에는 가해학생의 학교·학년·이름과 언제 어떤 학교폭력을 저질렀는지, 조치를 어떻게 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
안동의 중3 학생은 지난해 12월 폭행으로 ‘접촉 및 협박 금지’ 조치를 당한 뒤 청예단 경북지부에서 특별교육을 받았다는 내용이 실려 있으며, 청송의 중3 학생도 폭행을 저질러 교내 봉사 조치를 했다고 돼 있다.
도교육청이 보낸 공문을 받은 대다수 일선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첨부서류에 붙은 가해학생 명단을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의 명단을 공개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교조 경북지부(지부장 황대철)에서도 성명을 내 “가해학생의 신상정보를 날것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가해학생과 학교를 공개해 여론재판을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학교폭력 가해학생 가운데 아직 특별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이 많다는 감사원 지적 사항을 전달하면서 빨리 교육을 받으라는 취지로 명단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일 담당 직원의 실수로 공개용 공문으로 보냈지만 곧이어 1시간 뒤 공개하지 말라는 긴급 추가공문을 다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선학교 교사들은 “비공개용 공문이라 해도 일선학교에서는 사실상 학생들의 명단이 모두 공개된다”고 우려했다.
경북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에도 경북도의회에 보고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서 성추행 여고생의 실명과 학교 이름을 밝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당시 성추행을 당한 여고생을 상담한 내용과 함께 학생과 학교 이름이 적힌 책자 80부를 찍어 도의회 교육의원들과 전문위원, 도교육청 간부, 기자실 등에 배포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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