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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오열에 고개떨군 오원춘
납치·살해 “예, 모두 맞습니다”

등록 2012-05-11 21:43수정 2012-05-11 22:52

수원 여성살해 사건 첫 공판
“제 죄…피해자에게 미안”
유족들 “똑같이 죽여달라”
내달1일 공판때 구형할 듯
“예, 모두 맞습니다. 피해자에게 미안해서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얘기했습니다.”

길 가던 2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주검을 잔혹하게 훼손한 혐의(납치, 강간살인 및 사체유기 등)로 구속기소된 ‘엽기살해범’ 오원춘(42·중국동포)씨에 대한 첫 공판이 11일 오전 10시 수원지법 310호 법정에서 열렸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동훈)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오씨는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숨진 여성 ㄱ(28)씨에게 사과했으나, 유족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오씨가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선 순간 방청석에 있던 ㄱ씨의 부모와 유족 13명이 “똑같이 죽여달라”, “× 같은 놈아!”라고 고함치며 오열하자 오씨는 한동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떨어뜨렸다.

납치와 강도·절도·강간살인·사체손괴 및 유기 등의 혐의가 적용된 오씨는 검사가 읽어내려간 공소내용에 대해 “예, 맞습니다”라며 모두 인정했고 오씨의 국선변호인도 ‘이의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재판장은 잔혹하고 끔찍한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오씨를 상대로 직접 심문한 뒤, 유족들에게 검찰 쪽 증인으로서 재판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줘 눈길을 끌었다.

재판장이 오씨에게 “명백한 증거가 없는 강간죄를 왜 인정하느냐”고 묻자, 오씨는 “제가 저지른 죄이고 피해자에게 미안해 거짓말 안 하고 사실대로 얘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오씨는 참혹하게 주검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 “당시 정신이 없어 모르겠다”면서도, “납치 당시부터 살해를 계획하지는 않았다”며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했다.

검찰은 피해 여성 ㄱ씨와 범인 오씨, 112신고를 받은 경찰의 음성 등이 담긴 ‘112신고센터 녹취기록’과 납치 당시 모습이 녹화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기록, 범행에 사용된 흉기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112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의 업무 미숙으로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라며 “사회적 이목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6월1일 오전 10시에 열리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날 오씨에 대한 구형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씨는 지난달 1일 밤 10시30분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자신의 집 앞에서 길 가던 ㄱ씨를 납치·감금하고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ㄱ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주검을 심하게 훼손해 버리려 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26일 구속기소됐다.

이날 일부 법원 직원들은 법정 밖에서 유족들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을 막아서고 법원 건물 밖 주차장에서까지 사진 촬영을 방해하며 고함을 쳐 물의를 빚었다. 기자들이 항의하자 법원 쪽은 “검찰 쪽에서 유족들을 보호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취재를 방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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