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옛집·순국선열 묘역·최초 아파트 등
무분별 개발로 멸실·훼손 위기…관련 단체도 지원
무분별 개발로 멸실·훼손 위기…관련 단체도 지원
김수영 시인의 육필원고 <풀>은 마땅한 전시공간이 없어 부인 김현경(85)씨가 사는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의 방 한칸에 걸려 있다.(<한겨레> 6월4일치 2면) 시인이 생전에 쓰던 서재라도 되살려놓기를 원하는 부인의 바람과 관련해, 서울시는 폭설로 무너진 김 시인의 옛집(종로구 종로6가 43-4) 터에 집을 다시 지어 기념관이나 도서관 형태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김수영 시인 말고도 박경리·마해송·전형필씨 등이 살았던 집 등을 보존해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의 근현대 유산을 발굴해 보존하는 내용의 ‘근현대 유산의 미래유산화 기본구상’을 밝혔다. 박 시장은 보전과 활용이 미흡한 1900년 이후 근현대 유산과, 문화재보호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유산들에 초점을 맞춰 최소 1000곳을 발굴해 보존하고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이준·손병희 선생 등 순국선열 묘역인 강북 수유동 역사문화 유적 △경교장·이화장 등 정부수반 유적 △남산의 옛 중앙정보부 건물 등 민주화 유적 △구로공단 역사기념관 등 산업화 유적 △박경리·김수영·마해송·전형필씨 등 문화예술인 유적 등 5개 분야에 걸쳐 올해 말까지 5억5000만원으로 시범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백사·장수·구룡마을 등 서민들의 삶이 배어 있는 달동네, 충정·동대문 등 한국 최초의 아파트 등도 대상이다.
이런 ‘미래유산’들은 역사적·상징적 가치가 있는데도 소유자가 주거·생활공간으로 쓰거나 재산 가치를 키우려 증축·개축도 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서울시 쪽 진단이다. ‘청록파’ 시인 박목월씨와 소설가 현진건씨의 생가는 소유자가 철거했고, 김수영 시인이 태어난 직후 옮겨가 한국전쟁 전까지 살았던 종로6가의 고택은 2004년 3월 폭설로 무너졌다.
서울시는 다음달까지 시장과 시민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미래유산보존위원회’(가칭)를 꾸려, 보존 대상을 선정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자문을 맡게 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문화유산 보존운동 단체인 ‘내셔널트러스트’ 관련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존에 따른 소유권 제약 같은 문제를 풀 수 있는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현재로는 법률적·예산적·행정적 근거가 미약하므로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제도적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지적에 대해 “예산 배정 등 서울시의 노력과 내셔널트러스트 등 시민사회 움직임, 역사의 손때가 묻고 이끼가 낀 것들도 보존해야 한다는 시민의식의 변화가 맞물리면 앞으로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방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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