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전남 영암군에서 열린 ‘2011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 결승에서 머신들이 출발하는 장면. 이 대회는 2년 연속 수백억원씩의 적자를 전남도에 안겼다. 영암/박종식 기자
전남, F1 채권만 1980억원 발행
인천, 아시아경기가 무거운 짐
“단체장 과욕에 빚더미 악순환”
인천, 아시아경기가 무거운 짐
“단체장 과욕에 빚더미 악순환”
민선 5기 지방자치 출범 당시 대세였던 복지는 2년이 흐른 지금 무상급식 말고는 뚜렷하게 체감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이벤트나 개발사업 같은 개발·성장 쪽에 발을 내디뎠다가 낭패를 보는 자치단체가 하나둘 늘고 있다.
전남도가 대표적이다. 유럽에서 인기 높은 포뮬러원(F1) 자동차 경주대회라는 초대형 사업(메가이벤트)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이 행사로 적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전남도는 2010년 영암에서 에프1 코리아 그랑프리 첫 대회를 열어 900여억원을 투입했다가 725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는 598억원을 손해봤다. 올해도 300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 사업 하나로 3년 만에 줄잡아 1500억원이 넘는 적자를 안게 됐다. 전남도는 결국 단일 사안으로는 역대 최고치인 ‘에프1 지방채’ 1980억원을 발행했다. 이상석 ‘시민이 만드는 밝은 세상’ 사무처장은 “갈수록 에프1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 대회를 접지 않는 한 전남도가 다른 정책을 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엄청난 적자를 낸데다 주민 뜻과 달리 4대강 사업에 찬동한 박준영 전남지사가 대선에 나서려는 것은 에프1 실패 책임을 벗으려는 도피 행위 아니냐”고 꼬집었다.
인천시는 2014 아시아경기대회로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다. 전임 안상수 시장은 2007년 경제적 유발효과 18조원, 고용효과 20여만명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걸고는 500여억원을 들여 대회를 유치했다. 아시아경기대회는 경기장 건설비 1조9446억원, 조직위원회 운영비 지원 5454억원 등 2조8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아시아경기대회에 맞춰 앞당겨 개통하기로 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비는 2조1644억원에 이른다. 재정 위기에 빠진 인천시와 일부 자치구는 최근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공무원 월급 등을 주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아시아경기대회 반납운동에 나섰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스포츠사회학)는 “자치단체장이 예산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것이 문제”라며 “행사 뒤 도로·경기장 등 빈껍데기만 남고, 빚더미에 오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도는 태양광 산업에 집중 투자했지만 유럽발 경제위기에다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로 휘청이고 있다. 충북 음성군에 의욕적으로 유치했던 국내 최대 태양광업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공장 3곳 가운데 1곳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경북도는 포항·경주·영덕·울진 등 동해안에다 ‘원자력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2028년까지 국비 13조4000억원을 끌어와 스마트원자로 등의 수출단지를 조성할 참이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원전 불안감’ 확산과 거액의 국비 확보에 대한 의구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방정부가 대규모 사업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것은 재정 상태, 시장 상황 등을 제대로 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자체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기초자치단체도 41곳이나 된다.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이 열악한 지역의 단체장이 선거를 염두에 둔 단기 효과만 보고 과욕을 부리다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시성 사업보다 착실하게 경쟁력을 키워 서민 위주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정대하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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