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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심심하니 싸워봐라” “돈 내놔라”
체육학교 기숙사, 조폭 뺨친 선배들

등록 2012-07-19 18:57수정 2012-07-19 21:42

중학생들이 체조영재들 괴롭혀
학교쪽, 피해자보다 가해자 배려
학부모들 “가해자들 전학시켜야”
“안 싸우면 때리겠다. 너무나 심심하니까.”

지난해 6월 전남 무안군 일로읍 전남체육중·고 기숙사 안. 중학교 3학년인 선배 4명이 위탁교육을 받던 초등학교 5~6학년 체조영재 3명을 을렀다. 후배 3명 중 ‘쌈짱’(싸움대장)을 가려보겠다는 심보였다. 먼저 초등학교 5학년인 ㄱ군과 ㄴ군이 싸우도록 했다. ㄱ군은 선배들의 주먹이 무서워 죽을힘을 다해 싸웠다. ㄱ군이 이기자 6학년인 ㄷ군과 싸우도록 강요했다. 이런 방식의 싸움은 한해 동안 네차례나 이어졌다. 싸움에서 진 ㄷ군은 선배들의 폭력과 놀림을 견디다 못해 기숙사를 탈출하는 소동을 빚었다. ㄴ군은 결국 체조를 그만두고 말았다.

올해 고교 1학년이 된 선배들의 등쌀은 더욱 사나워졌다. 거의 날마다 용돈을 빼앗고, 주먹을 휘둘렀다. 지난 4월 ㄱ군은 ‘야간 운동을 해야 하는데 배가 고프다’며 야식을 요구하는 선배들에게 옆방에서 5000원을 훔쳐 과자를 사다주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폐쇄회로텔레비전 카메라에 찍혔고 ㄱ군은 변상 요구액 2만5000원을 부쳐달라고 집에 손을 벌렸다. 선배 ㄹ군은 이 중 2만원을 빼앗았다.

선배들의 행각은 지난달 ㄱ군의 통장에서 10만원이 인출돼 선배 ㄹ군한테 이체된 사실을 알아챈 부모들이 채근하면서 알려졌다. ㄱ군의 부모는 ‘늘 얼굴에 상처가 있어도 체조하다 다친 줄로만 알았다’며 학교에 알리고 대책을 요구했다.

학교 쪽은 ㄹ군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고, 나머지 3명은 6~21일 동안 봉사활동을 하도록 결정했다. 피해자인 ㄱ군한테는 위탁교육을 중단하고 원래 다니던 학교로 복귀하라는 결정이 났다. 이는 ㄱ군한테 연습 중단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 반면 가해자 중 3명은 학교에 그대로 남는 것을 뜻했다. 권오강 이 학교 교장은 “피해 내용과 폭행 정도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ㄱ군 부모는 “아들이 체조 꿈나무로 성장할 기회를 아예 빼앗겼다”며 “나머지 가해자들도 전학시켜야 한다”고 재심을 요청했다. 재심을 맡은 학교폭력대책전남지역위원회는 19일 “학교 쪽 자치위원회에 학부모위원 수가 부족했다”며 “이를 재구성해 피해 학생을 구제할 대책을 세우라”고 결정했다.

무안/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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