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 교내 텃밭 ‘스쿨팜’에서 학생들이 손수 가꾸는 농작물에 물을 주는 등 살피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공터 1400㎡학생·교직원에 분양
상추·오이·가지 등 무농약 재배
“자연 가꾸며 대화로 유대감도”
상추·오이·가지 등 무농약 재배
“자연 가꾸며 대화로 유대감도”
“농사짓는 게 서투르니까 장모님께서 도와주신 적도 있어요. 주말에 텃밭 갈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이 같이 가겠다고 쫓아온다니까요.”
대전 카이스트(KAIST) 국제학생지원센터에서 일하는 김윤수(42) 팀장은 요즘 밭일하러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배추 뽑던 게 농사 지식의 전부라는 그는 인터넷을 뒤져 파종부터 작물별 재배 시기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자연을 뜻하는 ‘나투라’로 텃밭 이름을 지은 곳엔 지금 상추·오이·파프리카·가지·대파 등이 자라고 있다.
얼갈이배추는 벌레가 많이 먹은 탓에 갈아엎는 ‘아픔’도 겪었다. “학교 안에 텃밭이 있으니까 점심때나 퇴근 후에도 들르기 쉬워요. 서로 뜸하던 직원들도 밭에서 만나니 더 반갑더라고요.” 김 팀장은 날씨가 선선해지면 아욱을 심어 자신이 좋아하는 아욱국을 꼭 만들어 먹겠다고 했다.
카이스트 교내 텃밭인 ‘스쿨팜’은 지난 5월 교내 동쪽 기숙사(세종관) 뒤편 공터 약 1400㎡ 에 만들어졌다.
카이스트 교직원이나 학생이라면 누구나 5명 이상 모여 신청할 수 있는데, 한 팀에 6평씩 70개 팀 400여명이 선착순으로 분양을 받았다. 휑하니 밭만 쪼개 준 게 아니다. 스쿨팜에 가면 삽·호미 등이 가득한 농기구창고와 곳곳에 급수시설이 갖춰져 있다.
밭에서 금방 딴 고추나 오이 등을 팀원들과 둘러앉아 나눠 먹을 수 있는 오두막까지 들어섰다. 스쿨팜의 원칙은 단 하나, 환경오염을 막자는 뜻에서 ‘친환경 무농약 재배’를 고집하는 게 전부다.
‘상상’ 주인 강수영(건설 및 환경공학과 4년)씨는 “빈 땅에라도 텃밭을 가꾸려고 벼르던 차에 소식을 듣고 신청했는데, 농사일이 처음이라 힘들다”며 “땡볕에서 밭에 박힌 돌을 골라내는 데만 3시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팀원들이 순번을 정해 날마다 물을 준다는 그는 “방울토마토는 다음달에, 호박고구마는 10월에 먹을 수 있다니 정말 기다려진다”며 웃었다. ‘잡초무성’ 주인 윤여갑(45·건설팀)씨는 “학교에서 ‘자살 사태’ 이후에 대화가 부족했는데, 밭에서 만난 학생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농사짓는 것을 도와줄 수도 있어 좋다”고 전했다.
카이스트는 해마다 추첨을 거쳐 1년 단위로 텃밭을 재분양할 참이다. 서용석 시설관리부장은 30일 “스쿨팜에서 여가를 이용해 자연을 체험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은 물론 구성원들끼리 유대감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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