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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김일성 찬양하면 학점 잘줬다고?
자고 일어나니 난데없는 ‘종북교수’

등록 2012-07-31 21:06

울산대 교수, 보안법 위반혐의 기소
“김일성회고록, 분단문학 자료일뿐”
과제물 평가점수 학점 10% 불과
“검찰·언론 사실 왜곡해 종북몰이”
이아무개(55) 울산대 교수는 최근 검찰과 보수언론에 의해 졸지에 ‘종북’ 교수로 낙인찍혔다. 그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국문학사 등을 강의하면서 380여명의 수강 학생들에게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읽고 김상문을 써내게 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의 이적행위)로 지난 23일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그는 31일 “이 사실을 검찰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2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경찰청에서, 지난 4월 울산지검에서 조사받은 일이 있지만 이후 아무 연락이 없어 그냥 지나간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특히 검찰이 언론을 통해 “김일성을 찬양하는 감상문을 낼수록 좋은 학점을 주는 등 학점을 미끼로 학생들에게 종북행위를 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학점 평가방법은 과제물 10%, 중간·기말시험 80%, 출석 10%로 배점해 종합하기 때문에 과제물 점수가 종합점수를 좌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과제물 평가도 대개 분량이나 제출 시점 등 형식적 요건의 충족 정도만 봤을 뿐 그 내용이나 종류와는 무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 남한의 문학작품까지 포함해 남북한의 다양한 자료 가운데 학생들이 선택해 읽고 과제물을 내도록 했고, 회고록은 이 가운데 하나였다”며 “국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우리의 언어로 된 다양한 자료를 접하도록 했던 것도 학점을 미끼로 한 종북행위냐”고 되물었다. 그는 검찰이 “수업시간에 김일성을 ‘장군님’으로 부르게 하고 김일성에 대해 비판적인 학생을 강의실 밖에 내보낸 적도 있다고 학생들이 진술했다”고 한 발표에 대해서도 “스승으로서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로, 완전한 왜곡”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검찰이 문제삼는 자료는 분단문학사의 온전한 구도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수집한 참고자료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이를 이유로 처벌한다면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는 졸업생 박아무개씨는 “김일성을 찬양하거나 장군님으로 부르라고 시킨다고 해서 그렇게 할 대학생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 교수는 수업시간에 그런 걸 시킬 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편하게 생각했던 교수”라며 “수업 도중 학생을 나가라고 할 분도 아니고 그런 걸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같은 대학의 김연민 교수(산업경영공학)는 “검찰이 기소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고 언론에 먼저 퍼뜨려 대학에까지 ‘종북’ 바람몰이를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태승 당시 울산지검 공안부장(현 부산지검 공안부장)은 “이 교수에 대한 기소 내용은 오랜 수사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모두 밝혀질 것”이라며 “모든 기록이 법원에 넘어갔기 때문에 법원에서 기소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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