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놓고 법정다툼
법원, 시에 유사성명 사용금지 판결
법원, 시에 유사성명 사용금지 판결
자치단체장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산지원이 전면중단돼 존폐 기로에 섰던 순수 민간예술단체 주도의 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한겨레> 2004년 7월7일치)가 1년여 동안의 법정 다툼 끝에 ‘부활의 노래’를 부르게 됐다.
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 집행위원회(위원장 임진택)는 2일 “남양주시가 선정한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지난해 7월 낸 ‘유사성명 사용 및 유사축제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법원이 집행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조용호)는 지난 22일 “ ‘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와 혼동을 초래하는 비슷한 행사를 열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민간예술인들로 꾸려진 세계야외공연축제 집행위원회를 대체하기 위해 남양주시가 뽑은 ‘강변야외공연축제 조직위원회’는 세계야외공연축제와 비슷한 축제를 열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예술단체들은 “법원의 이 결정은 축제 기획과 연출의 지적재산권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라며 “자치단체장이 예산권을 무기로 지역예술행사와 예술단체를 쥐락펴락하는 행태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크게 환영하고 있다.
야외극 전문극단 ‘길라잡이’가 2000년 6월 남양주시에 제안해 시작된 이 축제는 2001년 5월 처음 열린 이후 해마다 수만명의 관람객을 끌었다. 하지만 이듬해 당선된 이광길 남양주시장은 2003년 행사를 준비하는 집행위원회쪽에 ‘주민과 지역 예술단체의 참여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행주체를 바꿀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갈등이 시작됐다.
집행위원회는 5일부터 9일까지 ‘남양주세계야외공연축제’라는 이름을 ‘세계야외공연축제 2005 경기’로 바꿔 축제를 열기로 했다. 남양주시 지원없이 국비와 도비, 협찬금으로 3억여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또 이번 축제는 양평군 양수리, 가평군 대성리, 구리 장자호수공원, 남양주 덕소고등학교 등 북한강변 곳곳으로 지역을 넒혀 열린다. 이와 함께 축제에는 일본 극단 ‘신주꾸 양산박’, 중국 숭산소림무예단, 캐나다 광대 ‘미스 테이크’ 등 3개 해외공연단을 포함해 모두 29개 공연단이 연극·무용·음악·무예 등 다양한 공연을 펼치게 되며 명상·다도·요가·우슈 등을 배워 볼 수 있는 프로그램과 생태학교도 마련된다. 자세한 행사내용은 홈페이지(ioaf.or.kr)에서 볼 수 있다.
남양주/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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