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대형마트 휴업 해법’ 골머리

영업제한조례 잇따라 제동 걸리자
전주선 7·8월 두차례나 개정 혼란
순천시 “규칙·고시로 휴업일 명시”
유통사업법 모호한 임의규정 문제

국회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미루면서 자치단체들이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일요일 의무휴업을 압박하려 규칙이나 처분을 동원하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전주·순천·남원 등 호남지역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27일 “법원이 유통업체가 제기한 영업제한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을 잇따라 받아들이면서 단체장의 재량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치단체들은 애초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 제한 조례엔 ‘매월 두번째·네번째 일요일에 의무 휴업을 한다’고 명시했으나, 이 조항이 유통산업발전법에 저촉된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범위에서 정할 수 있다’로 한발 물러섰다. 법리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이런 움직임은 “유통산업발전법의 조항을 따르되 휴업일은 규칙·고시·처분으로 못박는다”는 고육책이었으나, ‘휴일 휴업’을 포기하고 ‘평일 휴업’을 요구하는 절충안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지난 2월 처음으로 관련 조례를 제정했던 전주시의회는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영업제한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등에 휘말려 지난 7월10일, 8월22일 두 차례 조례를 개정해야 했다.

순천시는 지난 23일 휴업일을 “매월 두번째, 네번째 일요일”에서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로 고치는 조례 개정안을 순천시의회에 냈다. 순천시는 다음달 7일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무 휴업일을 매월 두번째, 네번째 일요일로 한다”는 내용을 규칙에 담기로 했다. 문도열 순천시 지역경제담당은 “대부분 자치단체처럼 조례는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규칙이나 고시에 휴업일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원시와 광주 광산구도 지난 2월 조례를 제정했다가 법원의 영업제한 집행정지 결정으로 6개월 만인 지난달 잇따라 조례를 개정한 뒤, 휴업일을 규칙과 처분으로 시행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쳤다.

이를 두고 최진원 전주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조례의 근거인 유통산업발전법에 모호한 임의규정이 많아 빚어지는 혼란”이라며 “대형 유통업체들이 영업이익부터 챙기려는 행태를 보면 서글프다”고 한탄했다.

심규문 전주시 유통업상생 담당은 “일요일 매출액이 평일의 갑절이어서 이런 분쟁이 벌어졌다”며 “대선 국면이어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의 진행이 더디고, 국회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에 손도 못 대고 있어 당분간 자치단체와 골목상인의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주/안관옥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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