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위반 드러나자 번복
벌써 대학 수시모집 실시돼
‘송치’ 기재 뒤 제출했을 땐
위법 책임 논란 불거질 듯
학생·학부모 항의 빗발
벌써 대학 수시모집 실시돼
‘송치’ 기재 뒤 제출했을 땐
위법 책임 논란 불거질 듯
학생·학부모 항의 빗발
국가인권위원회의 삭제 권고에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한 방침을 밀어붙인 교육과학기술부가 ‘소년원 송치 기재’까지 요구하는 위법한 지시를 했다가 5개월 뒤에야 번복했다. 일부 대학은 이미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마친 곳도 있어, 학교·교육청 등 교육 현장이 혼선과 함께 동요를 겪고 있다.
교과부는 30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학생부 기재 요령 정정사항 안내 공고문’을 보내 장기 소년원 송치 사실을 학생부 기재 항목에서 삭제하도록 했다. 교과부는 지난 3월, 일선 학교에 배포한 ‘학생부 기재 요령’ 문건에서 ‘중등용 특기사항’에 학교폭력과 관련해 ‘소년법에 따른 장기 소년원 송치 사항을 학생부에 입력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교과부가 뒤늦게 삭제 지시를 내린 것은 현행 소년법상 ‘소년 보호사건 관련 기관은 재판·수사·군사상 필요한 경우를 빼고는 어떠한 조회에도 응하면 안 되며 위반시 징역 1년 등의 처벌 규정’에 따른 심각성을 인정한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일선학교와 교사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각 대학의 2013학년도 수시모집이 시작됐고, 건국대·중앙대 등 일부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 서울대 등의 원서 접수는 이미 끝난 상태다.
학교폭력을 학생부에 기재한 대전지역 한 여고의 3학년 담임 교사는 “내일 수시모집 학생부 마감일인데 고민스러운 하루가 될 것 같다”며 “이미 수시모집 마감 대학에 소년원 송치 기록을 넣은 학생은 누가 책임지냐”고 말했다. 충북 청주지역의 인문계 고교 3학년 담임 교사도 “교사들이 혼란스러워한다. 기준과 원칙이 수시 진행 중에 이렇게 오락가락하면 어쩌냐”고 말했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보류로 교과부가 특별감사 중인 경기도교육청의 이홍동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교과부의 이번 조처는 학생부 관련 지침이 얼마나 졸속인지를 보여줬다”며 “교과부 감사단은 위법을 거부한 교육청이 아니라, 위법을 지시한 교과부를 특감하라”고 지적했다. 교과부 학교선진화과 관계자는 “기존 기재 요령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학교폭력 기재에 반발하는 일선 교육청에 대한 압박을 계속 이어갔다. 교과부는 최근 교육감이 ‘학교폭력 기재 보류·거부’ 방침을 밝힌 경기·강원·전북 교육청에 대해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 이 지역 682개 고교 가운데 6.3%에 해당하는 43곳이 고3 학생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적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9월3일까지 기재하라”고 31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원/홍용덕 기자, 박수진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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