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선 “담당업무 맞는지 검토”…진상규명 실효성 의문
정부가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의 재조사를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배당했으나, 행안부에는 진상규명 수준의 재조사를 할 권한도, 인력도 없어 재조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장준하기념사업회와 장 선생 유족이 지난달 20일 청와대에 낸 ‘장 선생 의문사사건 재조사와 진상규명 요구’가 최근 국가권익위원회를 거쳐 행안부로 배당했다고 2일 밝혔다. 장 선생 의문사 재조사가 행안부로 배당된 것은 2010년 활동이 끝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관련 권고사항에 대한 정부의 이행상황 점검·관리를 행안부가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권익위로부터 관련 서류가 넘어오면 행안부 담당 업무가 맞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련 규정을 보면, 행안부 장관은 과거사 관련 권고사항을 검토하면서 필요할 때는 관계 전문가나 기관·단체 등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이 때문에 장 선생 유족들은 “행안부 차원으로는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으므로 민관 합동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63)씨는 “청와대에 재조사 요구서를 낼 때 정부의 사건 배당과 재조사 검토에만 150일이 걸린다고 들었다. 정부가 대통령선거 등을 의식해 시간끌기를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묘 이후엔 유골의 훼손 속도가 빨라져 6개월 안에 유골 감정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 설명도 들었다고 전했다.
장호권씨는 “정부 재조사를 기다리지 않고 범국민 진상규명위원회가 국내외 법의학 전문가들과 함께 재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민관이 함께 진상조사특별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 한승헌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장준하 선생 의문사 범국민진상규명위원회’는 오는 5일 발족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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