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보다 빛난 ‘검정고시 졸업장’

13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평택동 호남향우회관 4층에서 열린 에바다장애인평생학습학교 1회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손에 쥔 졸업생들이 김병태 교장(뒷줄 맨 왼쪽)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회복지사 희망 50살 시각장애인
자원봉사하며 시 쓰는 69살 여성
발로 컴퓨터 켜 공부 지체장애인

에바다장애인학교 감동의 졸업식

“세상의 풍파를 견뎌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13일 오전 11시 경기 평택시 평택동 호남향우회관 4층 강당에서 이색 졸업식이 열렸다. “~ 영광스레 졸업하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통합사회 가꿔갑니다” 졸업식 노래를 개사한 에바다학교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 40~60대의 장애인들과 가족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 산하기관인 평택 에바다장애인평생학습학교에서 만학의 공부 끝에 검정고시 졸업장을 따낸 이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졸업식 대표로 인사한 최영순(50·여)씨는 지난 5월 고교 졸업 검정고시를 합격했다. “중학교는 마쳤는데 시각장애인으로 고등학교는 공부를 쫓아갈 수 없어 자퇴한 이후 평생 가슴이 아프고 서러웠다”던 그는 홀로 키운 두 자녀가 어엿한 직장을 잡자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에바다장애인평생학습학교를 찾은 그는 칠판 글씨를 못 보는 대신 듣는 공부를 택했다. 수업 내용을 녹음한 뒤 집에서 새벽 2~3시까지 듣고 또 들었다. 테이프만 200여개에 이른다. 현재 한국시각장애인협회 평택시지회 총무인 그의 꿈은 사회복지사다. 시각장애인에 50살,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지만 기우였다.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지금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 즐거워요”라고 했다.

최고령 졸업생인 김태련(69·여)씨도 시각장애인이다. 지난해 5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주일에 한차례씩 수원 생명의 전화에서 자원봉사하면서 ‘시인’의 꿈을 키워간다. 2008년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뒤늦게 졸업장을 받은 이무길(40)씨는 지체장애인이다. 손을 움직일 수 없어 컴퓨터 자판을 발가락으로 쳐 가며 공부한 끝에 졸업장을 손에 쥔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이 학교 김병태 교장은 “장애인들에게 검정고시는 비장애인들에 비해 훨씬 더 어렵다”며 “어렵게 시험을 통과한 분들을 격려하기 위해 못했던 졸업식까지 모아서 이번에 처음 하게 됐다”고 이들을 격려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e-mail]

<한겨레 인기기사>

■ 박근혜 ‘유가족에 사과의향 있냐’ 질문에 “동의하시면 뵙겠다”
■ 울산 20대 자매살인 용의자 55일만에 붙잡혀
■ 정부 취로사업만 바라보던 섬…이젠 평화를 꿈꾼다
■ “장준하 사망 다음날 박정희, 보안사령관과 47분 독대”
■ [박범신 연재소설ㅣ소금] 가족에 헌신했던 아빠 사실은...
■ 김주희, 피땀어린 통합타이틀 박탈 위기
■ [화보] 인혁당 사건 피해 유족들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