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에도 비리감사도 못해
징계 등 60개 항목 국내법 적용 예외
징계 등 60개 항목 국내법 적용 예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등을 내세워 세금을 지원한 외국인학교들이 애초 취지와 달리 ‘치외법권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 외국인학교 51곳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가 학교 신축비 등을 지원한 곳은 경기수원외국인학교 등 8곳이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학교는 국내 법규의 사각지대에 있어, 부적격 교사 채용 등 비리 의혹이 제기돼도 학교 쪽이 조사를 거부하면 속수무책이다.
■ 세금 250억 주고도 소유권은 외국인이 2006년 9월 개교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수원외국인학교는 건축비로 경기도가 100억원, 지식경제부가 50억원을 주고, 수원시가 100억원의 터 3만3000㎡를 제공했다. 경기도·수원시는 운영 협약에 따라 단돈 1원도 내지 않은 외국인 교장 토머스 펜랜드에게 학교 소유권을 넘겼다. 국내 학교와 같은 조세 감면 혜택에 이어, 임대료도 50년간 없다. 이택용 수원시 교육청소년과장은 “학교 재산권을 외국인 개인에게 넘긴 것은 불합리하다”며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담보라도 설정하면 어쩌냐”고 우려했다.
정부는 뒤늦게 2009년 ‘외국인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규정’을 고쳐 외국인학교 설립자로 개인만 할 수 있게 했던 것에 학교법인도 추가했지만, 수원외국인학교 소유자는 여전히 펜랜드다.
■ 60개 항목은 국내법 적용 못해? 수원지검은 교비를 전용한 혐의(사립학교법 위반)로 경기수원외국인학교 총감(교장) 펜랜드를 지난 4일 불구속 기소했다. 학교 운전자금 등의 명목으로 은행에서 빌린 80억원과 학생들이 낸 수업료 56억원 등 136억원 가운데 76억원을 빼내어 펜랜드가 대표인 대전외국인학교 건축비로, 나머지 60억원을 미국 투자기관에 투자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학교 일부 이사들은 “교비를 전용해도 감시할 감사가 없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외국인 교장은 학교에서 제왕이나 다름없다. 학교 운영의 전권을 틀어쥐고 있는데 누가 막겠느냐”고 탄식했다.
일부 학부모가 경기도교육청에 부적격 교사 채용 의혹의 조사를 요구했지만, 답은 ‘불가’였다. 현행 법규로는 교육청이 조사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자율성 제고’라는 명목으로 외국인학교는 장학지도·징계 등 60개 항목에서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박상원 경기도교육청 학교설립과장은 “교원 자격 심사도, 장학지도도 할 수 없다. 외자 유치가 급해서였다지만 이젠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학교 운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외국인학교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무슨 권한으로…조사 못받아” 수원외국인학교 학부모 295명이 지난해 12월 비리를 진정하자, 지식경제부는 부랴부랴 정부가 지원하는 외국인학교의 운영실태 조사에 나섰으나 ‘반쪽’에 그쳤다.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경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외국인학교 8곳 가운데 경남국제외국인학교, 광주외국인학교, 한국외국인학교(판교) 등 3곳이 조사를 거부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들은 ‘정부가 학교 운영 부분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며 버텼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교비 전용을 이유로 펜랜드에게 지난 2월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펜랜드는 ‘사립학교법의 회계 관련 규정을 외국인학교에 적용해선 안 된다’며 두달 전인 지난해 12월 협약 유효 확인 소송으로 맞서면서 갈등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 비리를 거론했다가 불이익이 우려돼 자녀를 전학시킨 이 학교 학부모 김아무개(45)씨는 “대한민국 안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차별받는 느낌”이라며 자괴감을 털어놨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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