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끼리 서로 안은 연인 나무
거리 조성에 옮겨심어졌다 고사
거리 조성에 옮겨심어졌다 고사
충북 청주의 옛 도심 중앙로에 가면 ‘쌍대 소나무’가 있다. 청주시가 도심 명품길 조성을 내세워 지난해 이곳으로 옮겼다. 쌍대 소나무 아래에는 표지석이 있다. 200년 전 강원도 홍천군 율전리에 살던 남녀는 집안의 반대로 결혼할 수 없게 되자 사라졌다. 그 뒤 마을 주민들은 우연히 앞산에서 두 가지가 서로를 안고 있는 쌍대 소나무를 발견했고, 이 나무가 두 연인의 분신이라고 믿었다. 연인들이 이 나무를 찾아 빌면 결실을 얻는다는 전설이 어린 쌍대 소나무는 한동안 청주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한쪽이 잘려져 나간 채 외롭게 서 있다. 이들의 사랑을 두번째 갈라놓은 이는 누굴까?
청주시 도시계획과는 “폭염, 가뭄, 복사열 등으로 스트레스가 쌓여 고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소나무를 갑작스레 도심 한복판으로 옮긴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쌍대 소나무뿐 아니라 지난해 중앙로로 옮긴 60~70살 된 소나무 15그루 가운데 7그루가 시름시름 앓다가 잘려 나갔다. 그루당 몸값만 1300만원에 이른다. 청주시는 15일 오후 중앙로 고사목 관련 토론회를 열어 작은 소나무를 다시 심기로 했다. 청주시가 지난해 4월부터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1004만그루 나무 사업’(2020년까지 1004만그루 심기)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시는 지금까지 229만그루를 심었다고 자랑하지만 시민들의 눈초리는 따갑다.
염우 사무처장은 “도심에 나무를 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어떤 나무를 심고, 어떻게 가꿀지가 더 중요한데 좀 성급하다”며 “한 그루라도 제대로 심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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