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다수’ 100억원어치나 불법반출

경찰, 대리점 관계자 등 28명 입건
제주개발공사 연루 여부도 조사

제주에서만 유통돼야 할 먹는 샘물 ‘제주삼다수’(이하 삼다수)의 불법반출을 수사중인 경찰이 100억원어치 이상의 삼다수가 다른 지역으로 불법반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불법반출에는 제주도 내 유통 대리점 5곳이 모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제주개발공사 사장 등 관계자들도 소환조사하기로 해 수사진행에 따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제주경찰청은 16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상 보존자원인 제주 지하수로 만든 삼다수 3만5000여t이 불법반출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제주도 내 대리점 5곳과 이들로부터 삼다수를 사들여 반출한 개인사업체 21곳 등 26곳의 대표 김아무개(44)씨 등 28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는 지하수를 보존자원으로 지정하고 있고, 보존자원으로 만든 먹는 샘물은 제주도 안에서만 매매하도록 돼 있어 제주도 밖으로 반출하고자 할 때는 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7월까지 다른 지방으로 불법반출한 삼다수 물량은 3만5520t이다. 대리점 공급가격으로는 99억원, 다른 지방 판매가로는 105억원에 이르는 양이다. 지방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삼다수는 도내 유통용은 다른 지방에 견줘 22~26% 싼 값에 거래된다. 실제로 공급가 기준으로 0.5ℓ들이 1개에 도내 192.3원, 도외 220원, 2ℓ들이 1개에 도내 396원, 도외 506원에 거래된다.

조사 결과 대리점에 따라 올해만 1만513t을 반출한 업체가 있는가 하면 지난해 9월부터 반출을 시작한 업체도 있다. 대리점들은 16t, 18t짜리 트럭을 이용해 개발공사에서 삼다수를 싣고 곧장 화물선 등을 이용해 서울과 경기 등 전국으로 반출하거나 인터넷 판매업체 또는 도내 개인유통업체 등을 통해 반출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에서 도내 유통 대리점들이 삼다수를 불법반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리감독권을 가진 제주개발공사가 어느 수준까지 알고 있었는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개발공사 본사 국내영업부와 임원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작업하고 있으며 곧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강동필 제주경찰청 수사2계장은 “이들 업체가 도내 판매용 삼다수 공급단가가 저렴한 점을 이용해 차액을 남기기 위해 불법반출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개발공사의 연루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관계자들도 모두 소환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