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 지현동 ‘행복천사’(주황색 앞치마)들이 17일 오전 지현동 주민센터 한편에 마련된 행복쌀독 앞에서 주민들에게 쌀을 나눠주고 있다. 지현동 주민센터 제공
[사람과 풍경] ‘행복천사 운동’ 벌이는 충주 지현동 주민들
2400가구 중 30%가 다달이 기부
홀몸노인 등 불우이웃돕기에 써
2400가구 중 30%가 다달이 기부
홀몸노인 등 불우이웃돕기에 써
1000원이 지닌 온도는 얼마나 될까? 적어도 시민들의 가슴을 데우는 데는 충분하다. 충북 충주시 지현동 주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현동 주민들은 2007년 2월부터 지금까지 다달이 1000원 이상을 내 주민들을 돕는 ‘주민 행복만들기 천사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자치위원 30여명이 시작한 1000원 기부는 830여명으로 늘었다. 5년여 만에 지현동 전체 2400여가구 가운데 30% 이상이 기부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공무원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이들 행복천사들은 나날이 늘고 있다. 추석·설 등 명절에는 시청, 주민센터 마당 등에 쌀 포대를 쌓아 두고 가는 행복바이러스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추석 때는 ㅇ씨가 지현동 주민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20㎏ 쌀 10포대를 시청에 두고 갔다. 최승호 지현동 주민지원담당은 “1000원 기부는 이사를 가도, 전출을 해도 따라간다”며 “지현동은 행복천사 운동이 번져가면서 살기 좋고 정감어린 마을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천사들의 쌈짓돈으로 다달이 모인 160만~170만원은 홀몸노인 등 어려운 이웃의 마음을 데우는 데 쓰인다. 보온 도구는 쌀이다. “적어도 우리 마을에서 밥 굶는 이는 없게 하자”는 천사운동 취지를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주민센터 한편에 마련된 ‘행복쌀독’에 쌀을 채우면 어려운 이들이 퍼간다. 매달 20㎏짜리 쌀 20포대 안팎을 사서 쌀독을 채워 놓지만 금세 동이 난다. 17일 오전에는 100명 남짓한 주민들이 4~5㎏씩 쌀을 담아 갔다. 움직임조차 어려운 이들에게는 행복천사 임원들이 배달하기도 한다.
2008년 6월에는 비영리 복지법인까지 만들어 천사운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매달 두번째 수요일은 홀몸노인들에게 사랑의 점심 나누기를 한다. 가을·겨울에는 김장, 이불, 연탄 등을 싸들고 이웃을 찾는다. 최근에는 장애인 콜택시 위탁 운영까지 하는 등 이웃 사랑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손대근(57) 행복천사 이사장은 “행복천사들이 늘어 가슴 뿌듯하지만 경제 사정 탓인지 쌀과 도움을 전해야 할 어려운 이웃이 눈에 띄게 늘어 가슴이 아프다”며 “후원자들을 늘려 모두가 따뜻한 가슴으로 생활할 수 있는 1000원의 기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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