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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기억하는 이 없는 노숙인 넋을 위해”

등록 2012-10-23 21:00

노숙인 추모제 여는 부산 애빈회
5년전부터 해마다 음력 9월9일 열려
노숙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준비
노숙인 추모하는 동산 건립도 희망
23일 부산역 광장에 설치된 가로·세로 각 3m 남짓한 합판 위에 영정 94개가 놓였다. 주검조차 거둬 주는 이 없이 이승을 떠난 노숙인들이다. 이들 노숙인은 질병 등으로 숨을 거둔 뒤 끝내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대부분 화장돼 땅에 묻혔다. 국가가 인정하는 사회복지 수급대상자가 사망했을 때는 화장돼 15년 동안 납골당 등에 무상 안치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억하는 이 없이 쓸쓸히 죽어간 이들의 넋을 달래는 다섯번째 합동 추모제가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열렸다. 추모제는 노숙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했다. 한 노숙인은 “언젠가 나도 저들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있느냐”며 “추모제를 통해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노숙인들의 넋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숙인 합동 추모제는 2008년 처음 열렸다. 개신교·불교·천주교 등이 참여하는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가 주최하지만 사단법인 애빈회가 행사를 도맡고 있다. 합동 추모제는 해마다 음력 9월9일 열린다. 음력 9월9일은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 알 수 없는 이의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예수의 삶은 사랑의 실천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노숙인들을 쫓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애빈회는 부산의 대표적 빈민운동가인 김홍술 목사가 1991년 설립했다. 부산시 북구 구포의 한 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는데 오갈 데 없는 노숙인들이 하나둘 찾아오면서 노숙인 공동체가 꾸려졌다. 한울공동체, 부랑빈민선교회, 도시빈민사회복지선교회 등으로 활동하다가 2008년 애빈회로 바꿨다.

애빈회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시 동구 수정동 수정지구대 앞에서 8년 동안 매주 화·목·토요일 새벽 6시부터 무료급식소를 운영했다. 처음에는 10~20명이 이용하다가 노숙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하루 100~150명의 노숙인이 찾았다. 날마다 노숙인들한테 끼니를 제공하고 싶었지만 후원금 부족으로 매주 사흘만 무료급식소를 열었다.

애빈회는 올해 1월 수정지구대 맞은편 무료급식소를 노숙인들의 숙소로 탈바꿈시켰다. 지하 1층 150㎡ 규모의 방에서 20여명의 노숙인이 겨울을 났다. 후원금이 모자라 난방을 하지 못해 노숙인들은 낡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서로 등에 대고 잤으나 올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 전기패널이 바닥에 깔렸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노숙인들을 추모하는 동산 건립을 희망하고 있다. 노숙인들이 죽음에 대해 가지는 공포를 조금이나마 덜어주자는 것이다. 그는 “매해 추모제를 열 때마다 영정이 늘어나는 것이 안타깝다”며 “노숙인을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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