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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이사회 “서남표 총장 내년 2월23일 사임”

등록 2012-10-25 20:03수정 2012-10-26 09:36

교수협·총학 “즉각 퇴진” 반발
중도사퇴 여부를 두고 1년 넘게 갈등을 빚어온 서남표(76)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총장에 대해 이사회가 서 총장의 ‘내년 2월23일자 사임서’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서 총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학생들 다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해,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25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서 총장이 내년 2월23일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의 사임서를 수리했다. 오명 이사장은 “(서 총장이) 본인 자필로 사임서를 만들어서 제출했고 이사회에서 이를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대로라면 서 총장은 내년 2월22일 학위수여식(졸업식)을 끝으로 학교를 떠나게 된다.

이날 이사들은 서 총장이 사전협의 없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3월 퇴임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이사회를 비방한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사회에선 서 총장의 ‘내년 2월23일자 사임’을 받아들일지, 기존의 ‘10월20일자 사임서’를 그대로 수리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격론 끝에 내년 2월23일자 사임을 두고 한 표결에서 찬성이 8표, 반대가 6표였다. 한 이사는 “서 총장이 제출한 내년 2월23일자 사임서에 반대하는 이사가 1명만 더 있었으면 서 총장이 즉각 퇴진하는 쪽으로 몰릴 뻔했다”고 전했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는 즉각 반발했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또 4개월을 기다리라는데, 자꾸 말바꾸기를 하는 ‘둔갑술의 영재’(서 총장)를 어떻게 믿느냐”고 비판했다. 교수협의회는 오는 30일 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참이다. 학생들도 이사회 결정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김도한 학부 총학생회장은 “이사회가 갈등을 마무리해야 할 책임을 지지 않고 애매한 결정을 내렸다”며 “총장실 점거에 나설지, 다른 방안을 찾을지 학생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는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절차도 시작했다. 표삼수·정길생 이사가 총장후보선임위원회 위원 5명 가운데 이사회 몫으로 선임됐다. 이들은 차기 총장 선출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의결권은 없지만 학생 대표에게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진술하는 ‘옵서버’ 자격을 주기로 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정관은 총장후보 선임위의 추천을 거쳐 이사회가 총장을 선임한 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대전/전진식 기자, 박수진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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