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온 메이티가 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에서 딸 에이라와 책을 읽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작은 도서관 (하) 다문화 도서관 ‘모두’
13개국 동화책 7천권 보유
900여 가족 회원으로
차 끓이고 밥 지으며 대화
“2세 자녀들은 정체성 확인”
13개국 동화책 7천권 보유
900여 가족 회원으로
차 끓이고 밥 지으며 대화
“2세 자녀들은 정체성 확인”
몽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토야씨의 세 아이 중 첫째 민아(8)는 엄마 나라인 몽골말을 거의 모른다. 아이가 한국말을 못하게 될까 지레 몽골말을 쓰지 않고 키운 탓이다. 중국 출신인 짱메이용씨의 7살짜리 아이는 낱말만 쓰고 완성된 문장을 말하지 못한다. 엄마가 한국말에 서툴다 보니 아이의 언어발달이 늦어진 것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집에서 자기 나라 말을 쓰는 것을 남편이나 시어머니들이 싫어해요. 아이들이 한국말을 배우는 게 느려진다는 거죠. 엄마들이 자국어도 못 쓰고 한국말은 잘 안되다 보니 아이들 언어발달에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이 엄마들이 아이들을 마음놓고 키울 곳이 필요했어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의 명예관장 이인혜씨가 설명한 모두의 설립 배경이다.
십여년 전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말을 가르쳐 달라며 지역 시민단체 ‘푸른시민연대’의 어르신 한글학교를 찾았다. 푸른시민연대는 이들을 위해 2003년 한국어교실을 열었다. 시간이 지나며 이 여성들에게 하나둘 아이가 생겼고, 아이들은 휴일마다 엄마가 한국어를 배우는 동안 골방에 틀어박혀 울고 보챘다.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2008년 9월 인근 상가건물 2층에서 도서관 개관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이 앞장서자 에스티엑스(STX)가 목돈을 내고 세계 각지의 ‘엄마 나라’ 동화책을 가져다주는 등 힘을 보탰다.
모두는 가족 단위로 회원을 받는데 현재 900여 가족에 이른다. 이 중 20% 정도가 다문화 가족이다. 도서관에는 이들을 위한 13개국의 동화책이 있다. 한국책 1만3000권, 네팔·몽골·이란·방글라데시·베트남·필리핀 등에서 온 책이 7000권가량이다. 책도 책이지만, 모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싱크대’다. 도서관을 지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싱크대 만들기였다.
2년여 전부터 사서 구실 등을 하는 ‘모두지기’를 맡아온 성지연씨는 “모두는 이주여성과 2세 자녀들이 정체성을 확인하는 공간이자 지역민들의 소통 장소”라며 “이곳에서 차를 끓이고 밥을 지으며 대화를 나누고 자연스레 육아 고민을 털어놓는다. 소통을 통해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깬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소극적이고 수줍어하기만 했던 이주여성들의 자긍심도 높아갔다. 이란에서 온 메헤란씨는 중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세계 각지의 다양성을 가르치는 일일교사가 됐다. 다른 엄마들과 함께 지역의 유치원, 소아병동, 대학 등을 다니며 동화구연, 인형극도 한다. 어느새 지역의 유명인사가 됐다. 도서관이 자라온 4년 동안 세상의 편견에 위축됐던 엄마와 아이들의 마음도 한껏 자랐다. 이인혜 관장은 “모두는 넓고 다양한 세상을 담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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