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수해때 받은 북한쌀 2천배로 되갚아 보냅니다
“우리 핏줄 어렵다고 하는데…”
“말은 뭔 말이 필요합니까. 이북 동포도 우리 동포여, 우린 모두 한민족 한핏줄이란 말이여…. 북쪽에 사는 우리 핏줄이 어렵다고 하니까 은혜에 보답도 하고, 있는 쌀을 조금 나눠먹자는 겁니다.”
8일 오전 11시30분 경기 평택시 팽성읍 팽성농협 미곡종합처리장. 기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70대 농부는 이마에 굵게 팬 주름에 힘을 줘가며 목청을 높였다.
1984년 물난리를 겪었을 때 북한에서 지원해준 쌀로 한달 동안 버텼다는 이 농부는 평택시 서탄면 황구지리에 사는 홍한표(74·사진)씨. 그는 “살아생전에 꼭 고마움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제야 가능해졌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죽기 전에’라는 말을 되뇌며 북한에 보내기로 한 것은 20여 년 전 자신이 받았던 쌀 40㎏의 2천배에 이르는 80㎏짜리 1천 가마(시가 1억7천여 만 원)이다. 이는 홍씨 가족들이 1만평의 논에서 1년에 거둬들이는 쌀이 200가마 정도임을 고려하면 5년 동안 쌀한 톨도 축내지 않고 모아야 하는 양이다.
홍씨는 “84년 물난리로 집과 논밭도 몽땅 물에 잠겼다”며 “당시 북한이 남쪽 수재민을 돕겠다고 보내온 쌀 가운데 나도 일부를 배급받아 목숨을 이었던 것이 고마워 이런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평생 살아 온 집과 농토가 평택으로 옮겨올 미군기지 터에 포함돼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자, 팽성과 청북, 포승, 안중 등 평택시 농촌지역에서 쌀을 사 모았다.
지난 7월 중순께부터 준비해 보내는 ‘홍 할아버지의 통일쌀’은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25톤 트럭 4대에 실려 9일 오전까지 도라산역에 도착할 예정이며, 민족화합협력 범국민협의회 등을 통해 북쪽에 전달될 예정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한해 쌀의 시가가 10억원 대인 점을 고려하면 농부 혼자서 1억원이 넘는 쌀을 전달한다는 건 매우 놀랍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평택/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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