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주민 10명중 3명 ‘자살충동’

주민·활동가 128명 정신건강 조사
마을주민 39%가 우울증상 보여
인권의학연구소 “즉각 조처해야”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6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 10명 가운데 3명이 자살충동을 느끼고, 4명은 우울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소장 이화영)가 한국대학생문화연대 보건의료분과 소속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약대동아리 늘픔’, ‘보건의료인문학공동체 후’와 공동으로 지난 7~8월 강정마을에서 주민 99명과 현지 활동가 29명 등 모두 128명을 대상으로 강박증, 우울증, 공포불안 등 9개 항목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해 나온 것이다.

6일 발표한 공동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자살충동을 느낀 주민’은 31.6%에 이르고, 9.1%는 심각한 자살충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주민의 경우 알코올 의존 비율이 33.3%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17.1%는 ‘해군기지 문제가 일어난 뒤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됐거나, 술을 마시지 않았으나 사건 이후 마시게 됐다’고 응답했다.

조사에서는 마을 주민의 57.1%가 정신적·심리적 이상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증상은 우울증으로 38.8%에 달했고, 강박증(33.7%)과 불안증(33.7%)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와 함께 정신증(29.6%)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두통이나 결림 등의 현상으로 몸에 나타나는 신체화(28.6%), 공포·불안(25.5%)등도 있었다.

인권의학연구소 쪽은 “이번 조사 결과는 2009년 <서귀포신문>이 실시한 주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때와 견주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정신건강은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2009년 각각 17.3%였던 공포·불안증과 정신증은 이번 조사에서는 각각 25.5%, 29.6%로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경찰의 대규모 투입과 연행, 구속, 소송 등이 잇따라 제기된 데 따라 주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활동가들의 경우는 우울증(72.4%), 불안증(48.3%), 분노증(55.2%) 등 마을 주민들에 견줘 훨씬 높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채도 인권의학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일반인들의 자살충동이 10% 이하인데 주민들은 30%를 넘는 것은 심각하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상담과 관찰 등의 조처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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