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비하동에 들어설 롯데프라자 개점에 반대하는 상인들이 청주시청 앞에 설치한 천막과 펼침막. 6일 오후 한 시민이 펼침막과 손팻말 글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이어 롯데프라자 입점
대형마트 8곳 등이 이미 상권 장악
중소상인들 “유통산업법 개정 시급”
대형마트 8곳 등이 이미 상권 장악
중소상인들 “유통산업법 개정 시급”
대형 백화점, 대형마트를 낀 복합 쇼핑몰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는 충북 청주시가 유통 공룡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청주시 서부지역은 유통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8월24일 흥덕구 복대동에 현대백화점이 문을 연 데 이어 오는 9일 200m 남짓 떨어진 비하동에 롯데쇼핑프라자가 개점할 예정이다. 롯데아울렛으로 불리는 이곳은 대형마트인 롯데마트, 대규모 가전매장, 장난감 전문 상가, 의류 매장, 영화관 등이 어우러진 복합 쇼핑 공간이다. 두 메이저 유통업체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 업체의 경쟁은 청주지역 중소 상인들의 걱정거리로 돌아왔다. 지역 중소상인들은 롯데프라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데 이어 청주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개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충청지방통계청이 5일 밝힌 9월 대형소매점 판매동향 분석을 보면, 도내 대형소매점(15곳) 경상판매액은 1064억8500만원으로 지난 8월 854억4800만원에 견줘 24.6% 늘었다. 이 가운데 대형마트(12곳)가 779억3500만원, 백화점 등 쇼핑몰(3곳)이 285억5000여만원이었다. 쇼핑몰 3곳 매출 가운데 절반을 넘는 192억4000여만원이 현대백화점 몫이다.
현대백화점의 돌풍은 지역 중소상권의 동반 하락을 유도했다. 이평주 청주 성안길 상인회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현대의 등장으로 성안길 상점 등 지역 상권은 죽을 쑤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대, 롯데의 개점으로 청주는 대기업 자본을 낀 유통 공룡들이 장악하게 됐다.
대형마트 8곳(롯데마트 3, 홈플러스 3, 이마트 1, 농협 1)이 자리를 잡았고, 기업형 슈퍼마켓 31곳은 동네 상권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충북도가 2003년 전통시장 등 중소상권 보호를 위해 마련한 ‘인구 15만명당 대규모 점포 1곳 입점’이라는 지침은 이미 종잇조각이 된 지 오래다. 인구 67만여명인 청주는 대형마트만 8곳이 들어서 지침의 절반 수준인 8만명당 대형마트 1곳꼴이 됐다.
최윤정 충북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청주는 대기업 유통 공룡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쥐라기 공원”이라며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장악을 막고, 중소 상인들을 보호하는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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