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충남 공주시 신풍면 인성실업 공주농장에서 닭들이 활기차게 노닐고 있다. 3000마리가 넘는 닭들이 축사 안에 있지만 악취가 거의 나지 않는다.
공주 ‘동물복지 축산농장 1호’ 가보니
왕겨 폭신한 축사에 풀어놓고 키워
우리 가두는 것보다 산란율은 낮아
1년 넘게 적자…직거래 유통이 살길
“가격괴리가 동물복지 농장 걸림돌”
왕겨 폭신한 축사에 풀어놓고 키워
우리 가두는 것보다 산란율은 낮아
1년 넘게 적자…직거래 유통이 살길
“가격괴리가 동물복지 농장 걸림돌”
축사 바닥에 깔린 왕겨가 양탄자를 밟듯 폭신하다. 곧바로 난생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난다. 한데 양계장 하면 떠오르는 악취가 아니다. 닭 분비물에서 나는 연한 암모니아 향인데, 불쾌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기다렸다는 듯 수십마리 닭들이 모여들어 장화를 연방 쪼아댄다. 닭들이 떠난 자리엔 따스운 달걀이 두서너알씩 놓여 있다. 하나를 주워 들자, 횃대에 선 수탉들이 꼬꼬댁 목청을 돋운다.
■ 충남 1호 ‘닭들이 행복한 농장’ 지난 7일 찾은 충남 공주시 신풍면 인성실업 공주농장. 5만여㎡ 터에 산란계 3만2000마리 규모인 농장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갓 모은 달걀을 선별·포장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이 농장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올해부터 시행한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충남에서는 지난 9월 처음 인증받았다. 2011년 무항생제 인증, 지난 7월 식품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을 얻은 데 이어 친환경 고품질 농장의 ‘최고봉’에 오른 셈이다.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동물의 5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사육 시설과 환경 등 12개 항목을 꼼꼼히 검증해 지정된다. 동물들에게 배고픔·영양불량·갈증, 불편, 통증·질병, 두려움·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정상행동 가능 등 5가지를 만족시켜야 하는 만큼 인증 절차가 녹록지 않다.
밀집된 우리에 가둬 키우는 ‘케이지 사육’이 금지되며, 닭들이 부대끼지 않고 활개를 치도록 바닥 면적 1㎡당 9마리 이하로 사육해야 한다. 이런 탓에 전국 산란계 농장 1400여곳 가운데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34곳뿐이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성은일(36) 팀장은 “닭들을 축사 안에 풀어놓고 키우면 자연상태에서처럼 30~40마리씩 무리들 간에 서열이 생긴다. 볏이 짧거나 해서 도태되는 녀석들은 따로 관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닥다닥 우리에 가두는 것보다 오히려 산란율이 조금 낮아 손해를 보지만, 먹이 먹고 달걀만 낳는 ‘기계’로 키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1년 넘게 적자…유통이 문제 농장은 지난해 9월부터 유정란 생산을 본격 시작했지만 여전히 적자다. 한달에 2000만~30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 직원 8명의 인건비를 더한 생산비를 따지면 1알에 240원은 받아야 하지만 현재 납품값은 180원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농장을 인수할 때 땅값 10억원을 비롯해 모두 25억원이 투자됐지만 정상궤도에 오르는 데는 3~4년이 더 지나야 한다. 원양수산·양식 전문업체인 모기업에서 이윤보다 동물복지와 고품질 달걀 생산에 무게를 두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직거래의 장점을 살리려 청년 벤처회사를 통해 인터넷 판매(hellonature.net)도 하지만, 한달 평균 생산량 13만알 가운데 1000알가량 팔리는 데 그치고 있다.
성 팀장은 “돼지·소와 마찬가지로 달걀 판매도 농장 출하 때와 소비자가 살 때의 가격 괴리가 가장 큰 문제다. 모든 산란계 농장이 동물복지 농장이 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기준 전국의 산란계 6320만마리 가운데 동물복지 농장에서 사육되는 ‘행복한 닭’은 1.3%(82만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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