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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 리베이트’ 수사, 변죽만 울리고…

등록 2012-11-13 20:11수정 2012-11-13 21:18

경찰, 2명 불구속 입건하고 종결
억대 비자금 사용처 끝내 못밝혀
대형 의료재단 차병원그룹과 연간 수백억원대의 의약품을 납품하는 도매업체 사이에 오간 리베이트 사건(<한겨레> 5월8일치 12면)을 수사해온 경찰이 당사자 2명만 불구속 입건한 채 사실상 수사를 끝냈다. 수사인력을 보강해 6개월 동안 전방위적 수사에 나섰던 것과는 달리 변죽만 올린 ‘용두사미’ 수사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의약품 납품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차병원그룹 성광의료재단 경영관리본부장 이아무개(6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씨에게 고급 승용차를 건넨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의약품 도매업체 ㄷ약품 대표 최아무개(60)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2010년 12월 최씨에게 의약품 납품 대가로 승용차를 요구해, 지난해 1월 초 8300만원 상당의 에쿠스승용차를 넘겨받아 타고 다닌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퇴직자 4명을 사원으로 등재시켜 급여를 준 것처럼 관련 서류를 꾸미는 수법으로 2005년 3월부터 최근까지 2억70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만들어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와 최씨가 고급 승용차에 대해선 대가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외에는 다른 금품을 주고 받은 흔적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도매업체 쪽에 대해선 회계장부 압수, 계좌추적을 했으나 차병원그룹 쪽은 계좌추적조차 하지 않았다. 또 이 도매업체가 1998년부터 한 해 최고 500억원대의 매출 가운데 80%가 넘는 의약품을 분당 차병원 등 차병원그룹에 납품하는 회사이고 억대의 비자금까지 만든 사실을 확인하고도, 경찰은 이 돈의 사용처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이씨와 최씨가 범행을 부인하자 지난 2일 이들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증거 인멸과 도주가 우려 없다’며 기각하자 수사를 접었다. 차병원그룹은 대검 중수부를 거쳐 인천지검장을 지낸 이훈규 전 검사장을 올해 차의과학대학 총장으로,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을 성광학원 감사로 영입하는 등 검찰 출신 인사들을 영입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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