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봉사 동아리 그린나래 회원들이 청주시 운천동 피란민 마을에서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새 지붕으로 교체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제공
[사람과 풍경] 청주 운천동 피란민 마을
16가구 남은 낡고 위험했던 마을
형형색색 지붕·벽화로 화사해져 ‘청주 피란민 마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피란민 마을은 1951년 한국전쟁 때 충북 청주시 운천동 운천초~2운천교 일대에 형성돼 지금까지 이어왔다. 전쟁 발발 뒤 함경도·강원도 등에서 피란온 120여 가정이 미군들이 준 천막으로 마을을 이뤘다. 코앞까지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이 마을의 시계는 60년 전에 맞춰져 있었다. 피란민 마을 3형제로 불리던 이웃 수동·모충동 등은 도시화 바람을 타고 피란민촌 티를 벗었지만 이곳만은 그대로였다. 지붕은 30여년째 석면 슬레이트가 덮었고, 벽은 판자를 얼기설기 덧대 겨우 바람을 막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나은 시멘트 벽 또한 마른논처럼 쩍쩍 금이 가 있었다. 이웃 부모들은 사고 위험이 있다며 이 마을만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15일 오후 마을을 찾았다. 전혀 다른 곳이 나왔다. 골목을 돌아 운천초등학교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돌아설 뻔했다. 슬레이트는 사라지고 깔끔하게 이발을 한 것처럼 형형색색 지붕이 얹혔다. 무표정하던 회색 벽에는 울긋불긋 그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을의 상징이던 공동화장실도 사라졌다. “연꽃, 소나무, 학 등을 그린 벽화가 마을 사람들과 이 마을을 찾는 이들을 웃게 한다. 벽화에 담긴 연꽃처럼 고난을 이겨낸 마을이 소나무처럼, 학처럼 변치 않고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지난해 6월께부터 ‘피란민촌 행복 마을 만들기’를 주도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오창근 팀장의 말이다. 오 팀장은 참여연대 봉사동아리인 그린나래 봉사 회원 30여명과 함께 1년여 동안 마을을 바꾸는 데 힘썼다. 청주시 등의 지원으로 지붕을 바꾸고, 한전 등의 도움을 받아 전기·가스 시설을 새로 하고, 그림동아리인 예술공장 등과 함께 벽화를 그렸다. 마음과 문을 닫고 있던 주민들도 마을 새단장에 팔을 걷어붙였다. 새옷을 입은 마을은 외형뿐 아니라 주민들 모습까지 바꿔놓았다. 120 가정이던 원주민은 지금 16가구 30명 남짓 남았지만 최근 서로의 문을 열었다. 주민 유윤혁(56)씨는 “새집, 새길을 얻은 것보다 생활을 핑계로 잊고 지내던 소중한 이웃을 맞은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아직 없는 게 더 많은 이들이지만 요즘은 마음만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을 형성기부터 이제까지 살아온 터줏대감 한명구(68)씨는 “살다 보니 이런 좋은 일도 생긴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우리 마을, 우리 집을 못 찾을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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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지붕·벽화로 화사해져 ‘청주 피란민 마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피란민 마을은 1951년 한국전쟁 때 충북 청주시 운천동 운천초~2운천교 일대에 형성돼 지금까지 이어왔다. 전쟁 발발 뒤 함경도·강원도 등에서 피란온 120여 가정이 미군들이 준 천막으로 마을을 이뤘다. 코앞까지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이 마을의 시계는 60년 전에 맞춰져 있었다. 피란민 마을 3형제로 불리던 이웃 수동·모충동 등은 도시화 바람을 타고 피란민촌 티를 벗었지만 이곳만은 그대로였다. 지붕은 30여년째 석면 슬레이트가 덮었고, 벽은 판자를 얼기설기 덧대 겨우 바람을 막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나은 시멘트 벽 또한 마른논처럼 쩍쩍 금이 가 있었다. 이웃 부모들은 사고 위험이 있다며 이 마을만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15일 오후 마을을 찾았다. 전혀 다른 곳이 나왔다. 골목을 돌아 운천초등학교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돌아설 뻔했다. 슬레이트는 사라지고 깔끔하게 이발을 한 것처럼 형형색색 지붕이 얹혔다. 무표정하던 회색 벽에는 울긋불긋 그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을의 상징이던 공동화장실도 사라졌다. “연꽃, 소나무, 학 등을 그린 벽화가 마을 사람들과 이 마을을 찾는 이들을 웃게 한다. 벽화에 담긴 연꽃처럼 고난을 이겨낸 마을이 소나무처럼, 학처럼 변치 않고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지난해 6월께부터 ‘피란민촌 행복 마을 만들기’를 주도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오창근 팀장의 말이다. 오 팀장은 참여연대 봉사동아리인 그린나래 봉사 회원 30여명과 함께 1년여 동안 마을을 바꾸는 데 힘썼다. 청주시 등의 지원으로 지붕을 바꾸고, 한전 등의 도움을 받아 전기·가스 시설을 새로 하고, 그림동아리인 예술공장 등과 함께 벽화를 그렸다. 마음과 문을 닫고 있던 주민들도 마을 새단장에 팔을 걷어붙였다. 새옷을 입은 마을은 외형뿐 아니라 주민들 모습까지 바꿔놓았다. 120 가정이던 원주민은 지금 16가구 30명 남짓 남았지만 최근 서로의 문을 열었다. 주민 유윤혁(56)씨는 “새집, 새길을 얻은 것보다 생활을 핑계로 잊고 지내던 소중한 이웃을 맞은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아직 없는 게 더 많은 이들이지만 요즘은 마음만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을 형성기부터 이제까지 살아온 터줏대감 한명구(68)씨는 “살다 보니 이런 좋은 일도 생긴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우리 마을, 우리 집을 못 찾을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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