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경북도 제공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수도권에 이렇게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한마디로 서울공화국이죠.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돈, 권한, 결정권을 모두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지방에서는 지시를 따르는 패러다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김관용(70·경북도지사)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장은 16일 “현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은 지방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양적 성장과 경쟁력만 중시하면서 지방의 양극화만 심화됐다”며 “차기 정부는 국정운영의 중심축을 분권과 균형발전에 둬야 한다”고 여야 대통령 후보들에게 촉구했다.
시도지사 협의회는 19일 국회에서 대선 후보들을 초청해 ‘지방분권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대선 후보자들에게 지방분권형 개헌, 지방발전정책 등 지방분권에 관한 입장과 선거공약을 듣고, 시도지사 협의회와 대선 후보 간에 이행협약을 체결해 지방분권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생각이다.
그는 시도지사 협의회장 자격으로 필요하다면 대선 후보들을 일일이 찾아가 “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더 이상 지방이 살아갈 수 없다. 장기적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이 추진돼야 한다”고 호소해보겠다는 복안도 털어놨다.
최근 구미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터지고, 지난해 구제역으로 축산농가들이 고통을 겪었지만 오염을 검사하는 기관들이 모두 서울에 몰려 있어 검사시료를 들고 서울로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시간이 걸려 사태가 확산돼왔다고 했다. “낙동강 오염 사고가 잦지만 수질 오염을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정밀검사 기관이 지방에는 없어요. 수질 오염은 사실 1시간 안에 정밀 조사가 이뤄지고 곧바로 대책이 세워져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수질 오염은 하류로 번져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돼 버립니다.”
그는 10월11일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장에 선출된 뒤 국회와 중앙 언론사를 방문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지방분권은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된다”고 호소했다. 지방분권을 향한 김 회장의 열정은 남달라 2006년 비수도권 시도지사 13명이 참여하는 ‘지역균형발전협의체’를 발족시킨 뒤 7년 동안 공동대표를 맡았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그동안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을 막아내려고 노력해왔고, 정부가 대규모 국책 사업을 진행할 때 환경영향 평가와 교통영향 평가처럼 ‘지역균형 영향발전 평가’와 ‘균형발전 교부세’를 도입하도록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많은 희생이 따라야 지방분권이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지방분권은 지방이 권한을 더 많이 가져가겠다는 요구가 아닙니다. 분권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지방이 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존권 차원의 싸움입니다. 더 이상 방치하면 엄청난 재앙이 닥칠지도 모릅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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