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담 커…전액 국비 부담해야”
전국 첫 삭감…다른 시도 번질 가능성
전국 첫 삭감…다른 시도 번질 가능성
정부가 3~5살 어린이의 누리과정을 확대 시행하면서 늘어나는 예산 부담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반발이 일고 있다.
광주시의회 교육위원회는 3일 광주시교육청이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누리과정 지원비 708억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밝혔다.
누리과정은 3~5살 어린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며 무상으로 공통 교육과정을 배울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이다. 정부가 누리과정 지원 대상을 올해 5살 어린이 전체와 3~4살 어린이 소득하위 70%에서 내년부터 3~5살 어린이 전체로 확대하기로 한 뒤, 지방의회가 누리과정 지원비를 삭감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지난달 20일 전액 국고 지원을 촉구한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의 결의에 따른 것이어서 다른 시·도의회로 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인화 광주시의회 교육위원장은 “누리과정으로 다른 교육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을 막기 위해 지원비를 깎았다. 누리과정 사업비는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택 광주시교육청 체육복지건강과장은 “누리과정 10개월분 지원비 905억원 중 708억원이 확보돼 약 196억원이 부족하다. 애초 행정기관이 지원하던 어린이집 지원비까지 떠맡게 돼 재정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강원·경기·광주·전남·전북 등 5개 시·도교육감은 지난 13일 공동 성명을 내고 “정부가 생색만 내고 그에 따른 재정부담은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려 한다. 초·중등 무상의무교육처럼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지원비를 올해 4168억원에서 내년 7688억원으로 늘려 편성했다. 이 예산안은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해 예결위원회로 넘어간 상태다. 또 2014년에는 1조762억원, 2015년에는 1조4507억원으로 올해보다 1.5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 쪽은 “예산 부족으로 내년 누리과정 지원비를 8개월분밖에 편성하지 못하는가 하면 학교 노후시설 개선비 동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교육과학기술부는 3~5살 어린이 140만9969명의 유아교육지원금을 산정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이미 지원한 만큼 국비를 추가로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삭감하면 유아교육법에 위반된다. 자부담을 해야 하는 부모들도 반발할 것”이라며 “이미 부산·대전·충북·강원 등지는 관련 예산을 통과시켰다”고 반박했다.
다달이 지원하는 누리과정 1인당 지원비는 올해 20만원에서 내년 22만원으로, 2014년엔 24만원, 2015년엔 27만원, 2016년엔 3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필요한 예산도 올해 1조6049억원, 내년 2조8350억원, 2014년 3조4759억원, 2015년 4조4549억원 등으로 늘어나 갈수록 지방교육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커진다.
안관옥 홍용덕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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