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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제천 ‘생선회’의 펄떡이는 사랑

등록 2012-12-13 22:11

충북 제천시청 공무원 봉사모임인 생선회원들이 지난 3일 제천시 청전동의 한 홀몸노인 가정에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제천시청 제공
충북 제천시청 공무원 봉사모임인 생선회원들이 지난 3일 제천시 청전동의 한 홀몸노인 가정에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제천시청 제공
[사람과 풍경] 충북 제천시청 공무원 봉사모임
매달 회비 모아 연말 이웃돕기
홀몸노인 가정에 쌀·연탄 전달
* ‘생선회’ : 살아생전 착한 일만 하자는 모임

연말 송년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 술자리도 많다. 안주가 마땅치 않다면 충북 제천산 생선회를 권하고 싶다.

바다 없는 마을 충북, 그것도 북부지역 제천에는 당연히 생선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싱싱한 생선회가 펄떡이고 있다. 제천의 생선회는 공무원 봉사모임이다. 1995년 12월 제천시청 공무원 하태환(52·체육진흥과)씨 등 4명이 송년회를 하다가 “먹고 마시고 마는 송년회보다 뭔가 뜻있는 일을 하자”고 뜻을 모은 것이 모임의 출발이다. 누군가 “모임 이름은 뭘로 할까”라고 툭 던지자 “이름은 무슨 그냥 착하게(善) 살(生)면 되지”라고 받은 것이 모임명 ‘생선회’가 됐다. 마침 모임을 하던 곳이 생선 횟집이기도 했다.

17년이 지난 지금 회원은 13명으로 늘었다. 제천시청 공무원 11명과 충주통계사무소 직원 2명이 참여하고 있다. 10여년 동안 병석에 누웠다가 지난달 눈을 감은 아버지를 돌보느라 혼기마저 놓친 하씨가 17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하 회장은 농촌지역 어린이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일도 하는 ‘착한 노총각’이다.

하 회장 등 생선회원들은 다달이 2만원씩 회비를 모아 연말이면 이웃을 찾아 나선다. 지난 3일에는 제천시 청전동·신동 등의 장애·홀몸 노인 가정 3곳에 연탄 1600장과 쌀·라면 등을 전달했다. ‘폐지 할머니’로 알려진 홍아무개(90) 할머니의 집에도 쌀·라면 등을 내려놓고 돌아섰다. 지난해 이맘때도 찾았다. 홍 할머니는 2008년 폐지를 팔아 소년소녀 가장에게 장학금 300만원을 내놓는 등 해마다 ‘폐지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하 회장은 “홍 할머니는 우리 봉사의 참스승이다. 집에 가보면 본인도 어렵기 그지없는 홀몸노인이지만 여전히 폐지를 줍고, 아이들을 위해 돈을 모아가는 모습을 보면 숙연해진다”고 말했다.

해마다 3~10가정을 찾아 연탄·쌀 등을 전달하고 있어 지금까지 줄잡아 100여곳이 생선회의 봉사 맛을 봤다. 제천시 사회복지과와 복지시설 사회복지사 등을 통해 대상자 추천을 받는다. 봉사의 기준은 없지만 ‘소리 없이, 흔적 없이’라는 원칙은 있다. 받은 이가 쑥스러워할 수 있다며 자신들의 존재를 밝히지 않는다.

엄태선(50·환경사업소) 회원은 “송년회 비용을 아끼면 몇 가정 정도는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다. 봉사랄 것도 없는 조그만 마음을 내려놓지만 봉사가 주는 뿌듯한 온기와 보람의 맛은 일품”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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