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남서부의 생태 허파로 불리는 구룡산 산허리가 막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두꺼비 서식지인 구룡산의 아랫마을은 ‘구룡산 생태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부터 추진된 청주 산남3지구 개발 때 두꺼비가 사는 원흥이 방죽과 구룡산을 잇는 생태축에 서식지·산란지를 잘 보존해낸 덕분이다. 2010년 환경부가 ‘자연생태 복원 우수마을’로 지정했으며, 해마다 자치단체·기관, 청소년 등 1만~2만명이 찾는다. 주요 나라 대학생이 참여하는 국제워크캠프기구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이곳에서 환경캠프를 여는 등 국제적으로도 이름난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막개발로 산허리가 잘려나가고 있다. 구룡산 북쪽 언저리 1만2190㎡에는 한 방송사가 문화공개홀을 지으려고 개발 허가를 받았다. 인근에는 4층 규모 다가구주택 2동(2808㎡)이 이미 들어섰다. 동쪽에는 개발업체가 의류복합매장을 지으려고 문화재 지표조사 등을 벌이면서 나무 등이 훼손됐다. 또 노인복지시설, 골프연습장, 식당, 주택 등을 개발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산남·성화·미평·개신동 등 구룡산을 낀 마을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은 지난 5일 ‘구룡산 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구룡산 지키기 시민 청원운동에 나섰다. 박완희 두꺼비친구들 사무국장은 “구룡산 면적 200만㎡ 가운데 제한적 개발이 허용되는 자연녹지 70만㎡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일대는 2007년 환경단체 요청으로 청주시가 개발을 유보한 곳으로 개발계획 신청이 들어오면 사전 협의하기로 했지만, 시장이 바뀌면서 마구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연웅 청주시 도시계획담당은 “구룡산 자연녹지지역은 땅 소유자들이 개발할 수 있고 법으로 제재할 길이 없다. 시가 손을 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0년까지 도심에 나무 1004만그루를 심어 녹색수도를 짓겠다는 청주시는 뭇매를 맞고 있다. 주민 조아무개(45)씨는 “청주시가 내세운 녹색수도는 기존 숲을 훼손하고 새로 나무를 심는 ‘토목형 녹색수도’일 뿐이다. 구룡산 막개발을 허용하면 시민들의 엄청난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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