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급여마저도 압류돼” “기초생활 보장 대책마련”

박원순 시장 ‘희망온돌’ 현장점검
“뉴타운 매몰비용 등 국고지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주문

“이분이 근로의욕이 있어도 돈을 모을 수도 쓸 수도 없으니 어쩌겠어요. 기초생활보장이 중앙정부의 일이라고 손 놓을 순 없습니다.”

20일 오전 서울 관악구 문성로 한 건물에 자리잡은 금융복지상담센터. 조건부 수급자인 유승규(가명)씨가 자활급여로 번 돈이 압류돼 근로의욕마저 잃을 판이라고 하소연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바로 배석해 있던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조건부 수급자란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 중 자활사업에 참가할 것을 조건으로 생계비를 지급받는 사람이다.

유씨는 “일하면 100만원가량 벌지만 가압류가 들어와서 돈을 빼서 쓰질 못하고 굶고 다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생계급여는 압류가 안 되지만 자활급여는 압류가 되기 때문이다. 유씨는 금융복지상담센터의 도움으로 압류 금지 범위를 변경해 생계비를 확보했다.

유씨는 가스요금 30만원이 연체돼 엄동설한에 냉방에서 지낸다. 목돈이 없어 ‘할부로라도 요금을 낼 테니 가스를 넣어달라’ 하소연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박 시장의 주문이 잇따랐다.

“흔히들 단전만 떠올리는데, 이분처럼 가스 끊어진 곳이나 단수된 가구가 서울시내에 몇 가구나 되는지 연구해봐야겠어요. 하다못해 겨울철만이라도 해결되도록 협의해봅시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의 취약계층 겨울나기 대책인 ‘희망온돌’ 정책 현장점검을 위해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12시간 동안 민생현장 10곳을 돌았다. 아침엔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력시장에 모인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배식 봉사를 하고, 집이 없어 여관에 머무는 가족들을 만나 격려했다. 용산의 한 종합사회복지관에 들러 관계자들과 복지전달체계 개편 문제를 놓고 논의하고, 종로 탑골공원, 종묘공원에서 어르신들을 만나 노인복지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 시장은 ‘지역마다 복지재단을 둬 자체 모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거나 ‘복지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근무 기간 중 복지업무만 맡는 직원이 20% 이상 되도록 준비중’이라는 등의 아이디어·고민을 쏟아냈다.

한편 박 시장은 인력시장 배식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의 뜻을 전한 뒤, “국민들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고 소통을 통해 상생하는 정부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뉴타운 출구전략과 관련한 매몰비용 등 중앙정부의 국고지원을 박 당선인과 상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기용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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