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해고자 이운남씨 투신
지난 22일 오후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이운남(41)씨는 ‘동지들에게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양심이 허물어진 삶은 의미 없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회사 폭력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아왔지만, 그래도 자신의 원칙을 잃지 않고 살아왔습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씨는 1997년 현대중 사내하청 업체에 입사해 2001년부터 사내하청 노조 설립 준비에 참여하고 2003년 노조 출범 때엔 발기인을 맡고 초대 조직부장도 지냈다. 2004년 2월 동료 노동자 박일수씨의 분신자살 뒤 현대중공업 안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다 회사 용역경비들에게 끌려 내려와 심한 폭행을 당한 일로 8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당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왔다.
오세일 전 현대중 사내하청노조 지회장은 “이씨는 심성이 아주 착하고 여린 사람이었다. 당시 무자비한 회사 폭력 앞에 무력하게 짓밟힐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모습에 심한 자괴감을 토로하곤 했다. 최근 현대차의 사내하청 노동자 폭력사태와 최강서 한진중공업 노조간부의 자살 등을 전해듣고 ‘그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며 심하게 자책까지 했다”고 말했다.
미혼인 이씨는 크레인에서 끌려 내려온 뒤 구속·해고되고, 잠시 화물택배를 하다 최근까지 택시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한동안 동료들과도 잘 어울렸다고 한다. 2011년엔 한진중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에도 동승했고, 올해엔 ‘현대차 공장 포위의 날’ 등 철탑농성 지원 투쟁에도 참여했다.
오 전 지회장 등 이씨의 옛 동료들은 “한달 전쯤 술자리에서 만났을 때는 표정도 밝고 이야기도 잘해 ‘요즘은 잘 견디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날도 병원에 함께 다녀와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안정되는 것을 보고 나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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