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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10대 꾸짖다 남편 잃은 두 가족의 만남

등록 2012-12-24 20:12

13년전 사건겪은 김씨 가족
언론보도 보고 유씨 수소문
“아이들 위해 멘토 되고 싶다”
“두 달간 물만 먹었어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지난 7월 거리에 침 뱉는 10대 청소년들을 나무라다 시비 끝에 남편이 숨진 유아무개(32)씨의 말에, “당시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김아무개(49)씨가 답했다.

뉴질랜드에서 8000㎞를 날아온 김씨도 13년 전 남편을 잃었다. 1999년 담뱃불을 빌려달라는 10대 청소년들을 꾸짖다 시비 끝에 김씨의 남편은 숨졌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착한 아버지였던 남편들을 졸지에 잃은 이들 두 가족의 상처는 컸다. 13년의 시차에도 상관없이 이들 두 가족은 같은 슬픔으로 ‘어제 만난 듯’ 이내 친숙해졌다.

성탄을 앞둔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역에서 이뤄진 김씨와 유씨의 만남은, 유씨 사연을 전한 기사(<한겨레> 11월2일치 15면)를 인터넷에서 접한 김씨가 고국 방문길에 유씨에게 연락해 이뤄졌다. 김씨와 동행한 큰딸(24)은 유씨의 어린 초등학생 세 자녀에게 초콜릿 등 성탄 선물 꾸러미를 건넸다.

30대 나이에 초등학생 어린 자녀들과 함께 세상에 던져진 김씨와 유씨의 첫마디는 ‘절망’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요”라고 털어놓는 유씨에게, 김씨는 “엄마가 제대로 서 있을 때 아이들도 잘 지킬 수 있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동안 가슴에 묻어둔 어려움도 이어졌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뒤 거리에서 10대들만 보면 엄마 뒤로 숨는 막내(6)를 데리고 놀이치료중인 유씨는 “아이들을 재워놓고 혼자서 우두커니 앉아 울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남편을 잃고 어린 초등생 자녀들과 뉴질랜드로 떠났다. 온갖 궂은일을 겪은 김씨는 영주권을 얻었고 ‘싱글맘’을 지원하는 뉴질랜드의 사회복지시스템에 힘입어 어린 자녀들은 모두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성장기 예민한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걱정돼, 아버지 이야기를 사실대로 전한 것도 5년이 지나서였다고 했다.

김씨의 큰딸은 “아빠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서 엄마와 많이 울었어요. 저 나이 때 저도 아빠를 잃었는데 오늘 본 동생들이 잘 컸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아르바이트 수입 가운데 매달 20달러씩을 애들한테 후원하고 전화로 조언하는 멘토가 되고 싶어한다”고 했다.

유씨는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운 모습을 보니 희망이 생기는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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