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없는 천사가 찾아왔다. 직원들이 돈의 액수를 세고 있다. 전주시 제공
13년째 기부…“이웃위해 써달라” 전화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7일 오후 1시53분께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는 40~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전주시가 2년 전 세운) 얼굴 없는 천사 비석 옆을 봐주세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가 얘기한 곳에는 현금 뭉치와 돼지저금통이 든, A4용지를 담는 종이상자가 놓여 있었다.
액수는 모두 5030만4600원이었다. 5만원권 1000장이 100만원씩 10묶음으로 있었다. 돼지저금통에는 500원짜리 동전 358개, 100원짜리 119개, 50원짜리 16개, 10원짜리 80개 등이 들어 있었다. 성금을 전달한 시점과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살펴볼 때 지난 12년간 찾아왔던 그 ‘얼굴 없는 천사’로 보인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당시 노송동사무소를 찾은 그는 민원대에 58만4000원을 놓고 사라졌다. 그 뒤 그는 해마다 12월 성탄절을 전후해 노송동을 찾아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짤막한 쪽지와 함께 소리 없이 사라졌다. 지난해까지 모두 2억4744만6120원이었고, 올해 금액까지 합하면 2억9775만720원이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2010년 노송동주민센터 앞길 750m 구간 이름을 ‘얼굴없는 천사로’로 바꾸고, 주민센터 앞에 표지석도 세웠다. 이남기 전주시 노송동장은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소중히 쓰겠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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