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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칼바람 철탑 위에 붙박인채 저무는 한해

등록 2012-12-30 20:42

현대차 불법파견 고공농성 75일
노사교섭 성과 못본 채 해 넘겨
법원 “하루 30만원씩 한전에 배상”
노조 “돈으로 노동자 압박” 반발
대법원이 ‘불법 파견’으로 인정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36)씨가 현대차 울산공장 옆 송전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지 30일로 75일째 접어들었는데도,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노사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며 해를 넘기게 됐다.

최씨와 천의봉(31)씨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사내하청의 불법 파견 인정과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에 나선 뒤 현대차는 사내하청업체와 함께 정규직·비정규직 노조를 상대로 6차례 특별교섭을 벌였으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현대차는 애초 2015년까지 사내하청 300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는 태도에서, 고공농성 이후 대법원 판결 당사자인 최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신규 채용 인원을 2016년까지 3500명으로 늘린다는 안을 내놓았다. 또 2010년 1공장 점거 파업으로 인한 사내하청 해고자 114명 가운데 100명을 해당 업체에 재입사시킨다는 안도 제시했다.

이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는 “회사가 법원 판결에 따른 불법 파견을 인정하지 않는 한 사내하청 몇천명을 신규 채용하든 무의미하다.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불법 파견을 은폐하려는 꼼수”라며 반발했다.

그런데도 현대차 쪽은 최근 교섭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정규직 채용모집을 밀어붙였다가, 정규직·비정규직 노조의 반발을 샀다.

지난 27일엔 정규직 노조가 ‘회사 쪽이 진전된 안을 내놓으면 비정규직 노조의 동의가 없어도 교섭위원 다수결로 잠정 합의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자,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정규직 노조 교섭단을 봉쇄해 교섭이 무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규직 노조는 “연내 불법 파견 정규직화 문제를 마무리하고 새해 주간 연속 2교대의 정착에 힘을 쏟으려 했는데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조는 “교섭 결과가 적용될 당사자의 의견을 배제한 채 잠정 합의하는 것은 교섭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고공농성중인 최씨는 “회사 쪽이 불법 파견을 인정해 판결과 법에 따라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겠다면 대상과 범위를 절충할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회사 쪽이 불법 파견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태 해결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울산지법이 지난 27일 한국전력과 현대자동차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철탑 농성자와 비정규직 노조에 농성 중단, 천막 등 시설물 철거 등을 하지 않으면 하루 30만원씩 한전에 지불하라’고 명령하자,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더욱 반발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철탑에까지 올라가 절규해야만 한 절박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돈으로 농성을 압박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노동자들이 신청하는 수사 요구나 재판은 지지부진한데 사용자들이 제기한 재판이나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과는 재빠르게 나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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