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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값에 팔자” 어업인 주식회사 ‘꿈틀’

등록 2012-12-30 20:44수정 2012-12-30 20:50

전남 영광군 법성포 영광군 수협 위판장에서 어민들이 꽃게를 손질하고 있다. 영광 어업인 23명이 차린 영광꽃게주식회사는 새해부터 수매·저장·가공·유통에 본격 뛰어들 참이다.   전남 영광군 제공
전남 영광군 법성포 영광군 수협 위판장에서 어민들이 꽃게를 손질하고 있다. 영광 어업인 23명이 차린 영광꽃게주식회사는 새해부터 수매·저장·가공·유통에 본격 뛰어들 참이다. 전남 영광군 제공
위기감 느낀 영세어민 모여 설립
생산·유통 묶자 덤 줄고 매출 껑충
전남, 2015년까지 14곳 추가 지원

“어렵게 잡은 꽃게를 헐값에 팔고 나면 바다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싹 없어져부러요~. 생물 1㎏에 7000~8000원은 받아야 수지가 맞제. 물량이 흔하다고 4000원 부르는 중간상한테 넘길라면 속에서 불이 막 나요.”

소형 연안자망 어선을 갖고 있는 최양곤(60·전남 영광군 홍농읍)씨는 이런 억울함을 풀려고 3년 전부터 꽃게 자망 어업인들과 주식회사 설립을 준비했다고 했다. 23명이 2억원을 마련하고 영광군 수협이 5억원을 출자한 ‘영광꽃게주식회사’는 설립등기를 마쳤다. 새해부턴 꽃게를 수매·저장한 뒤 출하 시기를 조절하거나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2~3년 안엔 흑자를 낸다는 계획이다. 회사 대표 김영오(58·홍농읍 계마어촌계장)씨는 “7~8월 꽃게 성어기에 제값 주고 사들여서 물량이 없을 때 마트나 시장에 내고, 절단 꽃게나 꽃게 튀김, 키토산 분말 등으로 가공해 급식용으로 납품하려 한다”고 말했다.

영광 꽃게는 활어가 아닌 선어로 활발하게 유통된다. 선어로 거래하면 살 찬 게, 물렁게, 알 든 게 등으로 골라 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남도 해양생물과 이영조씨는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과 수산물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선어 꽃게의 경쟁력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 전남에서 잡히는 꽃게는 연간 2500t으로 전국 생산량의 11%이고, 영광이 주산지여서 회사는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어업인 주식회사는 영세한 전통 어업을 규모화·기업화하지 않으면 활로가 없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전남지역에선 2009년 장흥 친환경 김을 시작으로 완도 전복, 신안 새우젓·우럭, 여수 녹색멸치·새고막 등 주식회사 6곳이 설립됐다. 여수 홍합, 강진 미꾸라지, 완도 매생이 등을 양식하는 어업인들도 주식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전남도는 2015년까지 미역·굴 등 14곳 더 설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어업인 주식회사가 등장하면서 유통업자에게 물량을 덧붙여 넘기던 관행인 ‘덤’이 20~30%에서 10% 수준으로 줄었고, 대금 받는 기간도 3~6개월에서 1주일 안으로 단축됐다. 매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완도 전복은 2009년 46억원에서 2011년 220억원으로, 장흥 친환경 김은 같은 기간 1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경남과 충남 등지에선 어업인 규모 등 여건이 달라 주식회사가 출범한 사례는 아직 없다. 정운현 경남도 어업진흥과장은 “지난해 5월 경남도의원과 공무원 20여명이 완도전복주식회사를 다녀와 어업인들한테 장점을 설명했으나, 경남지역 어업인 양식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서 공동 투자·관리를 주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충남에는 양식·가공·유통·어선업을 펼치는 영어조합법인이 139곳에 이르는데, 주식회사를 차리겠다는 움직임은 없다.

광주 대전/안관옥 전진식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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