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행복한 학교’ 만드니 “전학 오고 싶어요”

등록 2012-12-31 18:22

눈 덮인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전북 진안 장승초등학교 학생들이 잠시 운동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있다.
눈 덮인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전북 진안 장승초등학교 학생들이 잠시 운동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있다.
폐교 위기에서 회생한 진안 장승초
교사들 ‘학생 존중교육’ 열성
2년새 학생 5배 이상 늘어나
학부모도 “아이들 매우 만족”
전북 진안고원 산자락에 있는 진안군 부귀면 신정리 장승초등학교에는 정문이 없다. 3~4m 키 장승 2개, 나무 솟대 5개가 어린 학생들을 맞는다. 지난 12월27일 오전 흰눈 쌓인 운동장에 아이들이 떠들썩했다. 눈싸움도 하고 축구도 하며 뛰놀고 있었다.

2년 전 장승초등학교는 13명만 남아 2012년 2월 폐교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65명이 재학중이고, 2013년에는 75명이 다니게 된다. 지난 11월엔 신관도 지었다.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윤일호 교사 등이 2010년 3월부터 학교를 살리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해 7월 진보 성향의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작은 학교 살리기에 탄력이 붙었다. 그해 10월 혁신학교로 지정돼 과학실·도서관 운영 등을 위해 1억여원을 지원받았다. 이 학교의 목표는 ‘학생들이 오고 싶어하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이다. 한상윤 교감은 “선생님들이 무슨 일을 할 때면 ‘그 일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느냐’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무실에는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자’는 액자가 걸려 있다.

학생 스스로의 판단을 존중하고, 채근하지 않고 항상 기다려주며, 시험을 자주 보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다. 김민규(5학년)군은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강요하지 않는다. 체험을 많이 하니까 좋다”고 말했다. 이다인(5학년)양도 “이곳은 전교생이 모여서 규칙을 정하는 등 모두의 의사를 존중한다. 특히 계절에 맞는 놀이를 하기 때문에 좋다. 봄에는 새들이 낳은 알을 관찰하고, 여름에는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산에서 열매를 따먹는다. 가을에는 밤을 따고, 겨울에는 눈으로 이글루를 만든다”고 말했다.

2011년 3월부터는 전주에서 통학하는 학생의 학부모들이 버스를 빌려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교생의 절반인 34명이 이용한다. 처음에는 진안군에서 지원을 해 무료였지만, 외부 학생을 위해 군이 지원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12년부터는 1인당 월 10만원을 받는다.

이 학교는 이제 진안 관내에서 3번째로 큰 초등학교로 자리잡았다. 학생 6명은 아예 이곳으로 이사했다. 2년 전 이사한 학부모 이숙희(34)씨는 “생활이 불편한 이곳에 살아도 아이가 매우 만족해한다. 아이가 ‘도시 학교에 비해 이곳 선생님들은 무척 친철하고, 혼날 때도 꾸중 듣는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사 오기 전에 알았던 한 학부모를 최근 만났는데 시험성적, 학원, 내년 담임 걱정 등을 하고 있었다.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선택에 확신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명근 교장은 “이사 오려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마땅한 집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